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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김여사[女史]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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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김여사[女史] 이야기

인터넷에 보면 ‘천하무적 김여사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 운전을 엉망으로 하거나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김여사’라고 한다. 한때는 김치녀나 된장녀 같은 단어들이 유행했고, 지금은 부동산과 관련된 어휘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어떤 만화에는 고급 승용차를 가진 남자보다 ‘내(LH)OO’에 다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세태를 풍자하는 면에서 동일한 발상이지만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말들이다. 요즘은 강아지를 ‘댕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멍멍이’와 비슷하게 생긴 글자로 바꾸어서 부르는 언어유희라고 해야겠다. 비빔면을 ‘네넴띤’이라고 해서 동남아에서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언어로 삶을 재미있게 풍자하기도 하고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김여사 시리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김여사라는 말은 언어의 유희와는 조금 다른 점에서 시작하였다. 비슷하게 생긴 단어로 풍자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의 직업을 일컫던 말인데, 현대 사회로 오면서 의미가 계속 변하고 있다.

원래 여사(女史)라는 말은 주나라 때부터 있었다. 굉장히 유래가 오래된 단어다. 주나라가 창업한 시기는 기원전 1122년 전후라고 한다. 그때부터 왕실의 관직에 여사(女史)를 두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1910년 이후)를 지나면서 그 의미가 바뀌어 일반 여성에 대한 존칭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여사님’이라고 많이 불러 왔다. 아직도 애매한 경우에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잘 모르는 사이나 어렵게 불러야 할 때 여사님이라고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무슨 의미로 쓰였을까? 일단 사전에 의하면 “고대 중국에서 왕후(王后)의 예지(醴胑)를 관장하는 여자 벼슬아치를 말한다.” ‘예지(醴胑)’란 단술 례(醴)에 사지 지(胑)자로 황제의 술과 일상생활을 관장하는 벼슬을 말한다. 그중에서 ‘성생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이 나중에는 황제와 동침할 비빈들의 순서를 정해주는 일로 확대되었다. 고문헌에 의하면

여사(女史)는 비빈들에게 금, 은, 동 등으로 만든 반지를 끼게 하여 황제나 왕을 모실 순서를 정했고, 생리 중인 여성은 양 볼에 붉은색을 칠하게 하는 등 비빈들의 건강 상태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실질적인 궁중 권력을 행사했다.

라고 되어 있으니 여사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비빈들에게는 상당한 권위가 있었을 것이고, 황제에게도 중요한 인물이었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가 점차로 낮아지기 시작하여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그 의미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다만 일본에서 결혼한 여인들의 성씨뒤에 붙여서 존칭어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사용하던 것이 그대로 들어와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결혼한 여성에 대한 존칭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나중에는 나이 많은 여성에 대한 높임의 호칭으로 활용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흔한 것이 김 씨이기 때문에 김여사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청나라 말엽부터 그 의미는 상당히 변했으니 여성들을 성적 의미만 강조되어 술집의 포주나 창녀 정도의 뜻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각있는 여인들은 여사의 의미를 바꾸고자 해서 한자를 여사(女士)로 바꾸기도 하였다. 아마도 선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미 여사(女史)라는 말이 사전에 등재되었고, ‘결혼한 여자를 높이는 말’로 일상화되어 있던 터라 쉽게 바꾸지는 못했다.

김여사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는 한 여사(女史)라는 의미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굳을 수밖에 없다. 흥미를 위한 언어의 유희가 자칫 의식구조까지 바꾸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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