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여성단체가 규탄에 나섰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를 촉발한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보궐선거 왜 하죠?'라고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이번 4·7 보궐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는 점을 다시금 환기하기 위해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구호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같은 구호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다'는 공직선거법 제90조를 위반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행동은 "4·7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이유는 두 광역자치단체장이 성폭력 가해자이기 때문"이라며 "이 당연한 사실을 알리는 일조차 선거법 위반이라는 건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사람들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비판하면서 성폭력으로 시작된 보궐선거에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점을 지적했다.
김단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박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은 위계적이고 성별 불평등한 노동문화를 고발하는 사건"이라며 "이번 보궐선거는 그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반성과 성찰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와 서울시를 위한 심사숙고된 정책들이 나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전임 시장들의 성폭력으로 서울시민과 부산시민들은 각각 570억9900만 원, 253억 3800만 원이라는 세금을 쓰게 됐다"며 "재보궐 선거가 왜 열리는지는 사라지고 책임있는 정당과 후보는 피해자를 기만했다. 2차 가해 세력들은 선거법을 들이밀며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 했다. 성폭력 심판을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하려는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발생한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구조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핵심 의제가 되어야 했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이 문제의 핵심은 다루지 않고 정쟁의 논리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닻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박 전 시장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점은 '그의 잘못은 차치하고 그가 시민사회에서 이뤄낸 업적을 봐야 한다'가 아니라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박원순도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성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게 보궐선거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 사실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멈추지 않고 있다. 후보들도 선거의 본질적 이유를 외면하고 있다.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질문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며 "후보들에게 질문한다. 보궐선거가 왜 일어났는가. 당신들에게 보궐선거는 어떤 의미인가. 무엇을 배웠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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