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에 몰두하다 을(乙)밀대에 왔습니다. 더운 날씨 고생하는 분들 생각하며 잠시 면학(麵學) 분위기에 젖어봅니다. 최근 일면식(麵食)도 못한 분들껜 죄송."(2013년 5월 16일 故 노회찬 의원의 트위터)
정치가가 되지 않았으면, 작곡가나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며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 사람, 노회찬. 그의 동지들과 벗들이 노회찬이 생전에 즐겨 갔던 음식점에 모여 노회찬이 꿈꾼 삶과 그의 궤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이인우 <한겨레> 기자의 정리로 <프레시안>에 연재됐고 <음식천국 노회찬>(일빛 펴냄)에 담겨 세상에 나왔다.
<음식천국 노회찬>에는 1980년대 혁명조직인 인민노련 비밀조직원부터 현재의 진보정당 당원 등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들과 27곳의 식당 및 주점이 등장한다.
각 이야기의 제목, 예를 들어 '생산부장과 지하그룹 투사들 ― 한식 주점 '연남동 이파리'에서', '노회찬과 이낙연의 '인생의 맛' ― 여의도 남도한정식 '고흥맛집'에서' 등과 같이 인물은 인물대로, 맛집은 맛집대로 각자가 경험하고, 알고 있고, 품고 있는 노회찬이라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특히 노회찬의 절친, 동지, 당원 등 생전의 길동무들이 노회찬이 사랑한 맛집을 다시 찾아가 빈자리에 술잔을 채워 놓고 그를 추모하고, 때로는 원망도 하면서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의 잊을 수 없는 사상가이자 문화인이며, 실천적 정치인이었던 노회찬이라는 사람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날 수 있다.
이인우 기자는 '작가의 말'에서 "노회찬에 대한 진정한 발견은 <음식천국 노회찬>을 쓰면서부터"라고 했다. 그는 "2018년 7월 그의 장례식 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전송하던 모습이야말로 한국 근현대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민중의 송가(頌歌)였다는 사실을 이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며 "연재를 마무리할 무렵, 잇따라 두 개의 개혁 입법(공수처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의인 노회찬'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필자의 노회찬에 대한 발견은 절정에 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위인에 대한 평가가 항용 그렇듯이, 사람들은 그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에 대한 참다운 이해를 시작한다"면서 "필자는 이 책의 원고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노회찬에 대해 내린 결론은 '씨 뿌리는 사람'이었다"고….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죽음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노회찬의 진실이 열리는 데 이 책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음식 천국(天國) 노회찬] 연재 보기 : https://www.pressian.com/pages/serials/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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