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노동자에게만 의무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접수된 진정사건에 신속한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19일,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최영애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관련 행정명령은) 의심되는 사업장 내 밀접접촉자 또는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만을 분리·구별해 진단검사를 강제로 받도록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불법고용 외국인',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두고도 "2018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나라에 공식 문서에서 '불법 체류자' 등 비하적인 용어 사용을 철폐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이러한 표현을 반복해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공식 문서에서 불법체류자와 같은 비하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악화시킨다"며 "이로 인해 외국인은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 감염병 의심자' 및 '불법을 행한 범죄자'로 인식되면서 관련 기사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을 둔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을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소외되고 취약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우리 모두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함께해야 할 것"이라며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이주민과 함께하는 폭넓은 사회적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우리 사회가 차별과 혐오를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평화로운 공존의 사회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관내 이주노동자는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31일까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광주시·대구시·인천시, 강원도·경상북도·전라남도 등 지자체도 이주노동자를 특정해 전수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반면 경기도는 이와 같은 행정명령을 검토했으나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에 따라 추진을 철회했다.
특히 서울시의 조치에 대해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도 이날 "혐오와 차별에 기인한 책임전가"라며 비판했다. 전날(18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도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한국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이런 조치가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학생과 교원 등 2000여 명의 외국인이 있는 서울대도 서울시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며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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