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백신 이상 반응'에 과몰입하는 대한민국...백신 정보 왜곡 막으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백신 이상 반응'에 과몰입하는 대한민국...백신 정보 왜곡 막으려면

[안종주의 안전사회] 혈전 신고, 접종 후 사망 신고의 10분의 1도 안 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핏덩이) 발생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와 관련한 정확한 조사·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 이 백신의 접종을 중단하면서 더욱 언론과 시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제2의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유럽의약품청(EMA)은 16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일부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와 관련, 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 전역에서는 매년 수천 명에게서 다양한 이유로 혈전이 생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시험에서 혈전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EMA 안전성위원회는 새로운 정보에 대한 추가 검토를 거쳐 18일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일부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온 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몇몇 국가에서 잇따라 특정 제조 단위 혹은 전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혈전 신고, 접종 후 사망 신고의 10분의 1도 안 돼

현재 유럽에서 논란이 된 혈전과 관련된 폐색전증이나 심부정맥혈전증이 영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엔 13건, 화이자 접종자 중에선 15건이 신고됐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영국 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는 970만 명, 화이자 접종자는 1070만 명이다.

영국에서 두 백신의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각각 275명(10만 명당 2.84명)과 227명(10만 명당 2.12명)으로 백신 간 큰 차이가 없었다. MHRA는 “접종 후 사망자 대부분은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로 접종이 사망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는 16일 현재 57만5289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16건 나왔다. 10만 명당 2.78명으로 영국과 큰 차이가 없다.

유럽의약품청과 영국 의약품규제청의 분석이 맞다고 한다면 왜 유럽 주요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단했을까? 코로나 백신은 인류가 처음 맞는다. 임상시험을 거치긴 했지만 현대 과학이 일부 위험을 걸러내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이든, 혈전 발생이든 매우 드물게 일어난 일들이다. 특히 혈전 발생 신고는 사망 신고 사례와 비교해서도 10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더욱 희귀하다. 백신 자체의 독성 등 문제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중의 심리적 불안감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잠시 중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것이다. 98%의 확신이 있더라도 나머지 2%를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대중은 이성과 과학으로 위험을 인지하지 않아

사람은 자신의 생명과 관련한 것이라면 극도의 불안과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위험의 세계에서는 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게 된다. 정부나 전문가가 백신 접종 후 사망과 혈전 발생과 같은 특정 사례가 진실이 아니라고 해도 대중은 이성적이고 과학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 제로 위험을 바라는 욕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강하게 일어난다.

이는 개인의 지식수준과 성향, 그리고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 접종 후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면역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이상반응에 대한 접종자의 태도다.

우리나라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이상반응 신고 비율은 접종자 중 1.5%다. 영국(0.56%)이나 독일(0.76%), 덴마크(0.28%)보다 2~5배쯤 높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이상 반응은 젊은 층에서 강한데, 국내선 20~30대 의료진들이 먼저 맞으면서 신고율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신 이상반응 신고율 유럽보다 2~5배 높아 비정상

이 백신은 3상 임상에서 이상반응 발생 비율이 성인 39.2%, 고령자 24.6%였다. 화이자 백신은 참가자의 20.8%가 이상반응을 보였다. 우리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자 1만8천여 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접종자의 32.8%가 이상반응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임상 시험과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전체 접종자 가운데 연령대 분포 비율에 따라 이상반응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임상시험과 실제 백신 접종 후 나타난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상반응 건수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상반응 신고 건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럽 선진국보다 우리의 이상반응 건수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신고 건수가 월등히 많다고 하는 것이 적확하다. 이런 분석만이 우리가 2~5배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연령대 분포가 다른 것만으로는 해석해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 선진국 사람들보다 이상반응을 아주 많이 신고하는 것일까? 우선 백신 접종 후 몸에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고 이를 신고하는 행동으로까지 나아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이들 나라 사람들이 사소한 증상으로 보고 신고하지 않는 것까지 신고한다는 것이다.

유튜브·SNS·언론, 과장·왜곡 정보 보도·전달이 문제

이는 그 사회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풍토 내지는 문화가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민감성은 유튜브, SNS, 언론 등이 관련 내용을 과도하게 또는 왜곡해 보도하거나 정보를 퍼트리는 빈도가 높을 때 생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중이 백신 위험에 대해 실제보다 더 과도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그 사회가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정부가 위험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해 백신 위험에 대한 과민 반응이 폭발하지 않도록 사전예방 소통에 힘을 기울이지 않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백신 접종의 걸음마를 이제 겨우 뗐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할수록 접종 후 사망 신고든, 혈전 발생 신고든, 이상반응이나 아나필락시스 사례 신고든 관련 사례가 크게 늘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이 백신 이상반응을 과도하게 신고하는 까닭에 대한 조사를 즉각 벌여 정밀분석한 뒤 맞춤형 대책을 세워 불필요한 신고를 막을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