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 여성이며 이들 중 4명이 한국계 여성이다. 나머지는 백인 남성 1명, 백인 여성 1명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용의자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은 16일 오후 5시께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에 들이닥쳐 총격을 퍼부어 4명이 사망했다. 이어 롱은 차를 타고 45분 정도 이동해 애틀랜타에 있는 다른 마사지숍 2곳도 공격해 4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후 도주하던 롱은 경찰의 추적 끝에 체포됐으며, 그는 플로리다로 가서 유사한 범죄를 벌이려던 계획이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롱은 살인 8건과 가중 폭행 1건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체로키 카운티와 애틀랜타 경찰, 그리고 FBI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지역사회를 상대로 한 범죄는 우리 모두에게 범죄"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의자인 롱이 "성 산업"에 대해 화가 나서 이를 제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그가 "성 중독"이라고 말했지만 "인종적인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직 증오범죄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용의자가 범행 전에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 "최대 악인 중국과 싸워야 한다"는 글을 올린 정황 등을 볼 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안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이든-해리스, 급증하는 아시아 증오범죄에 우려 표명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심각성을 깨닫게 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해 정치권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염려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나는 지난 몇달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잔혹행위에 관해 얘기해 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사가 추가로 진행되면 언급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인도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이 사건은 미국에서 폭력을 절대 용납하지 말라는 점을 말해준다"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도 아시아계와 연대해서 증오범죄 증가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과거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증오범죄가 종종 발생했지만 최근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주디 추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안계에 대한 혐오의 불씨를 제공했다"며 "CDC와 세계보건기구는 이 질병에 대한 오명과 특정한 나라나 민족이 연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COVID-19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쿵 플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현재 하원에는 공화당 미셸 스틸 의원(캘리포니아)과 민주당의 케이티 포터 의원(캘리포니아)이 공동으로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규탄 결의안(resolution condemning hate crimes committed against Asian-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아시아계 대상 폭력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탑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약 3800건의 다양한 형태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 아시안 증오범죄는 급증해 지난 2월 이후 500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했다. 또 이런 범죄의 피해자는 여성들의 2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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