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17일 저녁 290자 분량의 짤막한 사과 메시지를 냈다.
박영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한다.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나.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되었다. 맞다. 제가 후보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썼다. 또한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달라.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과문 형식을 빌어 "용서받고 싶다"고 쓴 박 후보의 SNS에는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가한 '성추행'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 후보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음에도, 박 후보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또 얼버무린 격이 됐다.
또한 피해자는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으나, 박 후보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남인순 의원 등에 대한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한편 민주당도 신영대 대변인 명의로 뒤늦게 서면브리핑을 낸 것에 그쳤다. 신 대변인은 "공개석상에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과 함께 성 비위 행위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선언에 그쳤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과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이 여러차례 이어졌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결국 박 후보와 민주당이 SNS와 서면으로 뒤늦게 낸 메시지는 공통적으로 피해자가 요구한 조치들이 모두 빠진 탓에 선거를 앞두고 형식적으로 낸 면피용 사과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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