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겸 서울시장 후보가 '퀴어특구' 발언으로 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던 자신의 앞선 입장을 재강조하면서 "특화된 곳을 만들어 거기서 즐기라", "그러면 명소가 되고 외국에서도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17일 오후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로부터 '최근 퀴어축제를 도심에서 해서는 안 된다며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발언에도 차별·혐오의 시선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답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소수자 차별은 절대로 반대한다. 집회의 자유도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문제제기 했던 것은, 퀴어 축제 때 과도한 노출과 행위, 성인용품 판매 등을 의도치 않게 아이들이 보게 만드는 데 대해 문제 제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저는 이것은 그 분들뿐 아니라 다른 어떤 집회에서도 도심에서 허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한 것이고, 제가 샌프란스시코의 예도 들었지만, 각 구역별로, 예를 들어 할로윈을 할 때는 이태원을 떠올리고 가서 재밌게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어떤 특화된 곳을 만들어서 거기에서 원하는 분들이 가서 즐기는 좋은 문화를 만들면 거기도 명소가 되고 외국에서도 찾아오고, 그것이 서로 좋은일이 아닐까 제안드린 것이다."
안 후보가 "거부할 권리" 발언으로 인권 운동 진영의 비판을 받은 것은 지난 2월 18일 무소속 금태섭 후보화의 단일화 토론에서였다. 퀴어축제조직위는 같은달 23일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 동성애 축제를 안 볼 권리 등을 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혐오 재생산"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제주도에서 퀴어 축제를 처음 만든 성소수자 활동가 김기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달 3일에는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 후보는 한 달째 자신의 입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역시 지난달 당내 경선 토론회에서부터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광장 사용 문제는 광장사용심의위가 결정하면 된다", "성소수자들과 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것은 당 안팎 보수세력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거부할 권리'를 말하지는 않았다.
대선 질문에 "노력하면 역할 주어질 것"…김종인과는 위험수위 감정 대립
안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면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단일후보로 선출되지 않으면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제가 단일후보가 되면 오세훈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해 주시면 좋겠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노력하면 승패와 상관없이 국민·시민들이 우리를 인정해 주고 그 다음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그 역할이 대선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안 후보는 부인하지 않고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에 따라 그 역할을 엄숙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윤 전 총장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간접적으로 여러 상황, 생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간접적 접촉이 있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재질문에도 "간접적으로 그 분 상황을 알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노골적 감정 대립을 이어갔다. 전날 안 후보가 전날 김 비대위원장을 '오세훈 후보 뒤의 상왕'에 빗대자,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상황(上皇)'이라고 응수한 적이 있었다. 토론회 패널이 이에 대해 묻자 안 후보는 "실례되는 말인지 모르지만 김 비대위원장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고 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여의도에 퍼져 있다. 혹시 그분과 착각해서 그러시는 것 아닌가"라고 거칠게 받아쳤다.
과거 안 후보와 함께했던 정치권 인사들이 김 교수를 '비선'으로, 선거캠프 의사결정을 뒤흔드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던 데 대해 그는 "(그런 일) 전혀 없다"며 "전혀 정치 얘기 집에서 하지 않는다. 의사를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할 때 아내하고 한 번 상의했는데 (아내가) 3일 잠을 못 자더라. 이후에 바깥에서 있는 일은 전혀 안 알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인 가족을 공격하는 게 가장 위기에 몰렸을 때 마지막으로 꺼내는 카드"라며 "참 마음이 급하구나, 몰렸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후보를 하려면 자기 고집만 부리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떼를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안 후보 측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자 <세계일보> 인터뷰에서는 '보선 승리를 위해 안 후보를 보듬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른인데 뭘 보듬고 가느냐"고 답했다. "허락도 안 해줬는데 '내가 야권 단일후보'라고 한 것"이라며 "상식에 어긋나는 소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상식도 안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양보할 게 없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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