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로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가 또다시 급랭하면서 갈등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지휘 전망과 관련해 "오늘 중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명숙 수사팀이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재소자들에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폭로가 지난해 5월 나오면서 불거졌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로 결론을 내리면 이날 중 관련 재소자들의 모해위증 혐의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고 기소하도록 지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이 직접 기소를 지휘하거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을 관련 수사지휘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소자의 모해위증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22일로 닷새가 남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선례가 없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검찰청법 8조의 수사지휘권 규정 자체가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는 과정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법무부의 감찰도 병행하도록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검토 대상 중 하나로 '감찰·수사 절차상의 문제점'을 언급해왔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 사실상 대검 지휘부의 결정이 뒤집히는 만큼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지난해 9월 인사발령 이후 한동수 감찰부장의 지시로 집중적으로 조사해온 사건이다. 임 연구관은 이달 초 '재소자 기소·수사팀에 대한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견을 지휘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사건을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전격 배당했다. 결국 임 연구관은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허 과장은 배당 사흘 만에 증거 부족을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리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윤 전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처리 방향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모해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은 감찰 사안이라고 판단했지만, 윤 전 총장은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가 사건을 총괄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지시 불이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사건 주도권은 다시 대검 감찰부로 넘어갔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해 진행된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