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휘날리는 벚꽃인가? 뒷동산을 덮은 꽃잔디인가?
신비한 자색의 병풍모양 바위가 변산반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새만금 방조제가 시작되는 곳 부근에는 변산의 또 다른 명소인 '변산마실길'의 출발점이 있다.
변산마실길은 이곳에서 시작해 해안도로를 따라 줄포만 생태공원까지 66㎞가 이어진 걷기 좋은 길이다.
자색의 병풍바위는 변산마실길 1코스(조개미 패총길)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물때를 맞춰 육지로 이어지는 마실길을 버리고 물빠진 갯벌로 걸어 나가야 만날 수 있다.
살갗을 부드럽게 지나는 바닷바람과 물이 빠져 축축하지만 단단한 갯벌을 느끼며 걷는 걸음이 가볍다.
해안선을 따라 저 멀리 물러선 바닷물은 아마도 서너 시간 뒤에나 돌아올 모양이다.
갯바닥에는 바닷물이 그려 놓은 물결무늬가 선명하고 웅덩이에는 미쳐 함께 빠져 나가지 못한 작은 생명들이 유영을 한다.
한 모퉁이를 돌자 신기한 바위가 눈길을 붙잡는다.
어쩌다 위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세 조각으로 갈라진 것 같은데 그 모양이 마치 세 갈래로 나뉜 것을 하나로 묶은 스카우트의 휘장을 닮았다.
마침 이 곳에서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곳이 2023년에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열리는 행사장이다.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 만명의 젊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이 곳에 머물며 자연과 어울려 여러가지 과정활동을 하는 행사다.
행사장과 멀지 않으니 대회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번쯤 둘러볼만한 명소로 꾸몄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이번에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몸통에 새겨진 멋드러진 조소작품을 닮은 바위를 만난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부여의 옛 절터에서 발굴돼 국보로 지정된 백제예술품의 걸작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향로의 몸통(사실은 뚜껑이다)에는 23개의 산들이 여러번 겹쳐져 있고 5명의 악사가 북과 피리, 비파 등을 연주하고 있으며 16명의 인물과 봉황, 용, 호랑이 등 39마리의 동물이 표현돼 있으며 나무와 바위, 폭포 호수 등도 생동감 있게 표현돼 있다.
한 구비를 더 돌아가자 드디어 신비한 색깔의 바위가 탐방객들을 맞는다.
서로 마주선 두 바위는 마치 탐방객들을 호위하듯이 좌우로 도열해 있다.
바다쪽에 서 있는 바위는 검은색의 흔한 갯바위라면 육지 쪽에 있는 바위는 색깔도 기이하고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높이 9~10여 미터에 길이는 60여미터가량 될까.
마치 바다를 향해 쏟아지는 폭포의 모양인데 어찌보면 거대한 공룡이나 코끼리의 육중한 발모양을 닮기도 했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에는 항상 감동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겠다.
볕이 좋은 봄날. 벚꽃인지, 꽃잔디인지 모르는 색을 닮은 바위를 만나러 훌쩍 변산으로 떠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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