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오늘은 낙동강 페놀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먼저 30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대구시민의 염원인 안전한 취수원 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걱정을 드리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991년 3월의 봄은 우리 대구시민들에게 기억하기 싫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3월 14일 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30톤의 페놀 원액은 낙동강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대구 취수원으로 흘러들어 왔습니다.
우리 대구시민은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의 엄청난 악취에 시달려야만 했고, 전 세대의 수도관이 오염되는 등 갑작스러운 수질사고로 인해 대구는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야만 했습니다.
그 해 봄 2차례에 걸친 구미산단 페놀유출사고는 수질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증폭시켰으며, 이후 자연환경보전법 제정 등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인식과 대응을 낳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우리시도 그동안 안전한 수돗물 공급과 낙동강 및 주변하천의 수질 개선에 시의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국내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고, 낙동강 상류지역에 수질감시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수 및 정수에 대한 검사항목도 국내 최다 수준인 300여개 항목에 대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천 수질 개선을 위해서 산업폐수 재이용시설 확충, 하수처리시설 고도화, 생태하천복원사업, 산업단지완충저류지 설치 등 다각적인 노력도 병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금호강의 BOD 수질등급이 1991년 29.3ppm에서 2020년 2.3ppm으로 6등급 수질에서 2등급 수질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아울러, 우리 대구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의 유치를 통해 물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세계적인 물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정작 근원적 문제인안전한 취수원의 확보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2018년 과불화화합물 사태와 같은 수질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오늘 페놀유출사고 30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이제 과거의 불신과 오해를 벗어던지고,상생협력을 통해 더 큰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대구와 경북이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행정통합이라는 장대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숙원입니다.
먹는 물 문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총리실 주관으로 시작된 통합물관리 방안 협의와 그 결과로 도출된 2020년 용역의 결과로먹는 물 문제 해결에 대한 대구시민의 기대가 컸습니다만, 여전히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합니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 취수원 문제를 지역 간 갈등이라며 수수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문제해결의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구미시민이 요구하는 사항들이 주무부처인 환경부뿐만 아니라 국토부, 농림부, 산자부 등 여러 부처에 연관되어 있는 만큼 관련 부처와 구미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여 하나 된 해결방안을 구미 시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대구시의 먹는 물 문제를 취수원 다변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구미산단의 폐수가 더 이상 낙동강을 통해 대구의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환경부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무방류시스템 등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사랑하는 이웃, 구미 시민 여러분!
페놀유출사고 30년을 맞이하면서 대구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사랑하는 이웃인 구미시민들께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이제는 취수원 공동이용에 대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지난 30년간 이어온 먹는 물 문제는 누구만의 잘못과 책임이 아니라,양 지역 간의 상생의지와 문제해결을 위한 공감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취수원을 함께 사용함에 따른 구미시민들의 수량부족과 수질악화에 대한 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상수원보호구역의 규제에 묶여 고통을 겪었던 해평지역 주민 여러분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구미산단에서 배출된 유해물질로 인해 대구시민들이 겪고 있는 먹는 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대구시민 중 상당수는 구미의 아들과 딸들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양 지역의 물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저는 그동안 대구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이해와 배려, 과학적 검증, 합당한 보상 등 3대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중 과학적 검증 부분은 국내 최고의 연구진이 다시 한 번 검증한 결과, 대구가 하루 필요한 수량 57만톤 중 30만톤을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함께 이용해도 구미의 생활·공업·농업용수 사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낙동강 수질도 현재보다 악화되지 않고, 상수원보호구역과 공장설립제한지역 등 입지규제의 추가 확대도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시는 물 부족에 대한 구미시민의 우려를 감안해서 극심한 가뭄 등으로 구미가 사용할 물이 부족할 때는 한 방울의 물도 취수하지 않는 등낙동강 수량 변화에 따라 취수량을 조절하는 가변식 운영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대구시는 해평 취수장을 공동 이용할 경우연간 1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여해평 등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에게 지원하고, 구미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책사업추진과 대구·구미 간의 생활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력방안을제시한 바 있습니다.이제 남은 것은 상호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대승적 결단입니다.
대구시민들이 먹는 물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겪고 있는 걱정과 고통에 대한 해평을 비롯한 구미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이해와 배려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회에 오래된 물 문제를 해결하고,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2023년) 및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2028년)을 기회로 삼아 더 큰 미래로 함께 나아갑시다.
우리 대구시는 구미와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다시 비상하는 위대한 도전에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페놀유출사고 30년을 맞으면서 저와 1만여 공직자들은 먹는 물 문제 해결을시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시정의 모든 역량을 모아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정부의 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하루빨리 실현하고, 현재의 고도정수처리 보다 한층 강화된 초고도 정수처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만큼,우 리의 후손과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들이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우리도 솔선수범하고, 과감하게 나서야 합니다.
성서산단 등 우리시에서 배출하는 공장폐수를 현재보다 훨씬 고도화된 처리시스템을 구축하여낙동강 하류지역 주민들이 수질문제로 인해고통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주거지역 내 우·오수 분류화 사업과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비점오염저감시설을 확대 설치하여도심 내 오염원이 하천에 직접 방류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금호강에 강화된 수질 기준인 TOC를 적용하여, 현재 2급수 수준을 장기적으로 1급수까지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먹는 물을 공급하고, 낙동강 유역 주민 모두가 쾌적한 물 환경을 누리는데 대구시가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취수원 공동활용은 논리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상생과 공감의 바탕 위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페놀유출사고 30년이 되는 올해,대구의 물 문제가 반드시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구·경북 시·도민 모두의 지혜와 마음을 함께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3월 16일
대구광역시장 권 영 진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