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학교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역사 왜곡 논문으로 불거진 사태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위안부 운동단체 '케어'(CARE, Comfort Women Action for Redress and Education )가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데이비드 민(SD 37) 의원도 사회자로 참석했다.
램지어 교수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계약에 기반한 매춘부”라는 주장을 하는 논문(‘태평양전쟁에서의 성 계약’)을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를 통해 발표했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이 논문은 원래 이 학술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역사학자-경제학자-법학자 등 관련 학자 수천명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학술지 3월호 자체의 출간이 미뤄졌다. 이 학술지는 램지어 논문에 대한 반박 입장 등은 받고 있지만 '램지어 논문 출간을 취소하라'는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페인터 교수는 역사에 관한 논문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한 것에 대해 페인터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범죄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최근에 저지른 고문과 같은 전쟁범죄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페인터 교수는 또 램지어가 '자발적 계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당시 일본의 10살 소녀 '오사키'의 사례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램지어 교수는 이 사실을 근거로 조선인 위안부의 계약서는 하나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을 제기했고, 이런 문제에 대해선 본인도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램지어와 학술지는 왜 이 논문 출판을 끝까지 원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페인터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미국의 노예제와도 관련이 있는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의 문제이며, 때문에 학문이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론' 전문가인 마이클 최 UCLA 교수도 램지어가 존재하지 않는 '거짓 역사'를 주장하기 위해 '게임이론'이란 분석틀을 활용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교수가 시작한 램지어 논문 비판 성명에는 13일까지 3300명의 학자들이 서명했다고 한다.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 램지어, '학문 자유' 뒤에 숨지 말아야"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교 교수(현대 일본·한국·국제역사 전공)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며 램지어 교수가 일본 극우의 '역사 부정주의'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페 추 배서칼리지 석좌교수(일본학.중국학)도 램지어의 논문이 그간 축적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등 사료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교수는 "램지어가 위안부 여성의 성노예 이야기가 허구라고 말했을 때 희생자들과 말하거나 그들의 증언을 읽으려 해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램지어 사태와 관련해 "우리 할머니들이 증언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학자들께서도 두려움 없이 나서 주시기 때문에 거짓이 드러나고 진실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역사 부정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일본이 한 번도 국제법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판결을 받은 게 없지 않으냐. 그래서 망언을 계속하니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서 판결을 받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미국 학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의 여성 인권 침해였고 범죄였다"며 "과거를 잊으면 반복되니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데이비드 민 의원에게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