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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에만 매년 16조 투입, 그 반값만 기본주택에 투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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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에만 매년 16조 투입, 그 반값만 기본주택에 투자한다면?"

[인터뷰]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기본주택은 집 없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

지난 2월,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 첫 주말부터 관심이 상당했다. 개관 2일 차인 28일에 약 790여 명이 방문했고 연휴동안 약 1500명이 방문했다. 높아진 주택가격으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진 주택매매시장과 주거 불안이 이어지는 민간임차시장 등에서 고민하는 시민들이 홍보관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본주택. 지난 7월 경기도가 발표한 새로운 주거 정책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역세권 내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공공임대아파트인 셈이다. 다만, 기존 임대아파트와 다른 점은 자격기준이 '무주택자' 단 하나라는 점이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 중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시행사로 참여한 주택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최소 1만3000호 규모다.

경기도는 기본주택의 등장은 '부동산은 무조건 돈을 번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문제는 현실의 벽이다. 부지 확보부터 재원 마련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자체 중 하나인 경기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가 기본주택을 발표한지도 8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을까. 이헌욱 GH 사장은 "(기본주택의) 입주자격 부분에서 정부가 도와준다면 올해 안으로 시범사업을 착공할 생각"이라며 "네다섯 군데에서 사업체를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 이헌욱 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주거안정의 핵심

프레시안 : 지난해 7월에 GH가 '경기도 기본주택'을 발표하고 7개월 정도 지났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가 궁금하다.

이헌욱 : 경기도와 GH는 기본주택에 대한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와 이해를 얻는 게 중요하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9%가 기본주택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입주 의향도 69.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프레시안 : 국회에서 기본주택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고 들었다.

이헌욱 :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가 정부에 제안했던 정책이 많이 반영됐다. 입주 자격 확대, 용적률 상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출자하는 장기임대비축리츠(REITs,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 설립 근거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되면 하위 규정 개정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개선되면 그동안 법으로 제한됐던 세대면적이나 입지, 품질 등이 민간분양주택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를 이유로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꺼렸거나, 입주하고 싶어도 입주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민간주택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던 계층에게 기본주택이 좋은 주거선택지가 될 거라 기대한다.

프레시안 : 여전히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도 부족한데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도 기회를 주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헌욱 : 정부 내에서도 그런 이유로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공급하는 기본주택은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 대부분 집을 가지고 있어서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이 적은 건 맞다. 그러나 기본주택의 전제는 공공임대주택을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가 아닌,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기반시설로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이 도로나 철도, 수도 같은 사회기반시설이라면 고소득자라고 해서 이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없는 사람 다 주고 있는 사람들 주자'는 식의 전략은 영원히 성공하지 못한다.

프레시안 : 기본주택의 입주 기준이 '집이 있느냐, 없느냐' 단 하나다. 기준을 단순화하는 게 주거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는 건가.

이헌욱 : 공공임대주택의 목표는 주거안정이다.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이 주거안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기존의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라는 관점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누구에게 제공할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소득과 자산을 꼼꼼히 따져서 기준에 충족하는지 심사한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더라도 소득이나 자산이 늘어나서 기준을 초과하면 나가야 한다.

공공기관은 자꾸 심사하고 감시해야 하니 업무가 늘어나고 입주자도 압박을 받는다. 열심히 일해서 자산을 늘렸더니 기준에서 몇 만 원 넘었다고 나가라고 하면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겠나. 자산을 늘려야겠다는 의욕도 사라질 거다. 그러니 단순하게 '집 없으면 안 쫓아내겠다'라는 거다.

공공임대주택, 낙인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돼야

프레시안 :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이유로 게토화(ghetto, 빈민가), 계층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회적 낙인도 심각한 문제다. 기본주택은 보다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아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헌욱 : 그런 점을 염두에 뒀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누구에게 혜택을 줘야 마땅한가'를 선별하는 건 '누가 더 가난하고 취약한가'를 가라는 것과 같다. 지금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놓는 방식이다. 가난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는데 어느 누가 공공임대주택 근처에 살려고 하겠나. 공공임대주택은 기피시설이 됐다.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내 집 앞은 싫다'고 한다. 공공임대주택 짓기도 힘들고 변두리에 짓는다.

기본주택 정책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고려한 것 중 하나가 사회적 수용성이다.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면 사는 곳만으로 부자인지 가난한지 구분이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에 산다는 게 낙인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공공임대주택을 기피하지 않고 게토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더 쉬워질 듯하다.

이헌욱 :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1980년대 영구임대주택으로 시작해 30여 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 수 대비 9.2%, 임대 의무기간이 20년 이상인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7.6% 수준이다. 30년 동안 9.2%는 비약적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목표로 제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8%다. 양적인 물량은 달성했다고 본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발달한 국가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영국이 17.4%, 프랑스가 14%다. 한국은 많이 늘었지만,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만 봤을 때 5%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도 보편적 노선으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보편복지 국가로는 북유럽이 대표적이다. 북유럽 사회주택 정책은 유명하다. 지난달 25일에 열렸던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에서 해외사례가 많이 이야기됐다. 북유럽과 함께 또 주목할만하거나 경기도 기본주택과 비슷한 사례가 있나.

이헌욱 : 보편주의 모델을 기초로 사례를 검토해 기본주택 정책에 참고할 계획이다.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나 스웨덴은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크다. 덴마크가 21.2%, 스웨덴이 19.0%다. 그 외에 네덜란드가 37.7%, 오스트리아가 20%로 비중이 크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우 보편주의 국가인데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에 제한이 없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입주 자격이 있다. 네덜란드는 넓은 의미에서 보편주의로 분류된다. 보편주의 국가는 빈곤율이 낮고 사회 전반에 불평등이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거주형태에 따른 사회적 분리가 심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이지 않다. 또 공공임대주택이 민간임대주택과 비슷한 품질과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한다.

오스트리아도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잘 만들어진 국가다. 우선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이 많다. 오스트리아는 보편주의는 아니고 선별주의지만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대상 범위가 넓다. 무엇보다 입주하면 안 쫓아낸다. 그게 기본 전략이다. 보편적으로 주거안정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싱가포르도 공공주택 정책의 성공사례로 많이 언급된다. 컨퍼런스에서도 비중있게 다뤘다.

이헌욱 : 한국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있는 것처럼 싱가포르에는 주택개발청(HDB)이 있다. HDB는 1960년대 만들어졌는데 당시 9% 정도에 불과했던 공공주택 비율을 1990년대 87%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HDB가 LH 임대주택 같은 'HDB 하우스'를 공급한다. HDB 하우스는 99년이 지나면 반환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분양 모델도 주목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 모델은 토지 소유권은 건설 사업자가 가지고 주택 소유권은 수분양자가 가지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특이한 점이 분양이지만 재판매할 때는 반드시 HDB에 해야 한다. 저렴한 분양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면서 환매를 통해 불로소득은 환수하는 구조다. 무주택자만 분양하기 때문에 투기도 막을 수 있다.

프레시안 :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려면 돈이 상당히 들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이헌욱 : 싱가포르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등 공공임대주택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들은 정부나 공공이 기금을 출자해 자금을 제공한다.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면 공공주택사업자들에게 사업성을 담보해줘야 한다.

싱가포르의 HDB는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고 금융기관은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준다. HDB는 이렇게 자금을 모아서 다시 주택구매자에게 모기지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공공주택사업은 적자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부분도 정부나 공공으로부터 보전을 받으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HDB도 토지 가격이 오르거나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면서 적자가 발생한다. 정부가 매년 일정 비율의 예산을 지원해 적자를 보전한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게 목표, 정부 나서줘야

프레시안 : 지난 번 인터뷰 당시에는 GH가 정부에 HUG를 통해 장기임대비축리츠(비축리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헌욱 : 구체적으로 HUG와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가 출자해 만든 공공 리츠다. GH가 기본주택을 만들면 비축리츠가 이를 구입해 다시 GH에 싸게 빌려주고 GH는 이를 저렴한 가격에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GH가 수익을 못 낸다.

GH가 주택을 만들어서 공공분양하면 GH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수분양자들은 시장가격보다 싼값에 분양받아 다시 주택가격이 시장가격 수준으로 올라가면 큰 차익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공임대주택, 주거안정, 주거권 보장이라는 의미가 없다. 공공분양을 안 하는 건 GH도 엄청난 수익을 포기하는 거다.

기본주택을 지어서 비축리츠에 저렴하게 매각하면 GH는 자산을 보유해서 가지는 회계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기본주택의 공공성도 유지되고 자금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그 외에 정부에 요청한 게 있나.

이헌욱 : 유형, 용적률, 자금. 크게 이렇게 세 가지를 요청했다. 우선 유형은 현행법에 정해진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기본주택'을 포함하는 거다.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시행령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또 '통합 공공임대 유형'에 명시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 제한을 풀어주는 거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법령을 바꾸는 게 부담스럽다면 '입주자격을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사업자와 협의해서 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지자체에 재량을 주는 거다. 경기도는 바로 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전체의 재량을 주는 게 어렵다면 일정 부분, 예를 들어 물량의 30% 정도를 지자체에 재량으로 준다면 그 범위 안에서 사업을 하면 된다.

프레시안 : 용적률 500%도 요구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건물을 높이 지을 수 있으니까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고 물량이 많아지면 원가가 낮아져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경기도의 신도시는 용적률이 대부분 200% 정도인데 500%가 가능한가.

이헌욱 : 정부가 지난해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용적률을 상향해 주택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역세권 준주거·상업 지역뿐만 아니라 주거 지역까지 용적률을 700%까지 늘리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미 용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자금조달이 남았다. 기본주택은 '30년 이상의 장기임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기로 저리의 자금을 조달하는 게 관건인 듯하다.

이헌욱 : 장기저리의 융자 조달이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의 자금조달 구조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의 운영기준을 고쳐 기본주택도 장기저리로 자금 조달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하면 된다. 기획재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인데 미온적인 것 같다.

주택도시기금이 나서준다면 금리를 1% 정도로 맞출 수 있다. GH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물량 정도는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본주택에 특별히 더 저렴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주택도시기금에서 1%로 자금을 조달해준 사례가 꽤 있다. 행복주택, 청년·신촌 매입임대리츠, 다가구 매입 임대, 세일 앤 리스백 리츠 등.

프레시안 : 장기임대비축리츠를 만들고 여기에 주택도시기금이 장기저리의 자금을 조달해주는 게 핵심인가.

이헌욱 : 저리자금을 조달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자가 높으면 비축리츠는 있으나 마나다. 이자가 높으면 GH가 기본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없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의미도 없다.

차라리 민간에서 조달하는 게 훨씬 저렴할 수도 있다. 기금에서 높은 금리로 제공한다면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민간에서 조달한다면 1.5% 수준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언급한 것들 중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줬으면 하는 게 있는가.

이헌욱 :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자격을 정하는 부분에 지자체의 재량을 주는 거다. 그리고 장기저리로 제공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기본주택을 대단지로 당장 할 수 없다면, 시범사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장은 땅이 없어 많이 못한다. 3기 신도시는 빨리 나와도 2023년은 돼야 한다. 정부에서 도와준다는 확실한 메시지만 있다면 주택을 짓는 건 가능하다.

프레시안 : 정부와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헌욱 : 협의는 계속 하고 있다. 정부에서 안 해준다는 느낌은 아니다. 다만 국토부가 최근 장관도 바뀌고 아직 의사결정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풀어줄 것 같은 느낌은 많이 받았다. 입주자격에 재량을 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프레시안(최형락)

"공공주택, 철도보다 저렴하다"

프레시안 : 한국의 경우, 해외에 비해 공공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주택 소유 관련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굳이 집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공공주택에서 살아도 된다.

이헌욱 : 한국은 공공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다. 철도, 도로, 수도, 전기 이런 것들은 선진국 못지않다. 국가가 많은 재정을 투자했다. 반면 주택문제는 너무 민간에 의존해왔다. 민간에 맡겨두고 규제만 해왔다. 민간시장 의존형으로 수십 년 동안 했는데 이제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본다.

수도의 경우 외국에 따라서는 민간에 의존한 경우가 있는데 그런 나라들은 물 문제를 해결 못했다. 미국도 19세기에 대도시의 물 문제가 심각했다. 미국도 민간에 의존해서 해결하려고 했다. 결국 공공 주도형으로 전환해서 수도 시스템 깔아서 해결했다. 수도뿐 아니라 그런 경험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도 주택문제는 더이상 민간 의존형으로는 해결 안 된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민간은 기본적으로 이익추구형이다.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업자는 없다. 주거안정을 위해 움직이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공공이 할 수밖에 없다. 주택도 사회 인프라라 생각하고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들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저희가 계산하니까 돈이 그렇게 많이 안 든다.

프레시안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3기 신도시 등 GH 참여 지분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입지 선정 작업 등 공개할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 있으면 설명해 달라.

이헌욱 : 3기 신도시 등 핵심요지에 장기 공공임대주택 용지를 반영 중이다. 구체적인 입지는 현재 검토 중이며 추후 공개하겠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지금까지 홍보를 많이 했다.

이헌욱 : 입주자격 부분에서 정부가 도와준다면 올해 안으로 시범사업을 착공할 생각이다. 네다섯 군데에서 사업체를 발굴하고 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지자체도 많다. 그런 곳을 위주로 올해 착공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계산하기로 넉넉잡아도 경기도에 매년 10만 호의 장기임대주택을 15년 동안 총 150만 호를 공급한다면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경기도 전체 가구 수의 25%에 장기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물가상승을 고려해도 연간 재정 지원이 2조4000억 정도 될 거라 예상한다. 이건 경기도만 계산한 거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전체는 5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

프레시안 : 한마디로 정부가 매년 2조4000억 원을 투입하면 기본주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이헌욱 : 그렇다. 경기도 전체만 따졌을 때다. 지금 정부가 매년 철도에 8조 원 넘는 돈을 지원한다. 도로에는 거의 8조 가까운 돈을 넣고 있다. 철도와 도로 합쳐서 16조 원이다. 경기도만 2조4000억이라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매년 30만 호씩 15년 동안 총 450만 호를 공급한다면 연간 7조2000억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에 45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이면 주거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겠나. 매년 7조2000억으로 가능하다. 철도에 연간 넣는 돈보다 적은 돈이다.

프레시안 : 그동안 주택이 민간 주도로 공급돼 주택 가격도 민간에 의해 움직였다. 이제 공공이 개입한다면 대체재가 생기니 가격경쟁도 생길 것 같다.

이헌욱 : 주택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거다. 집을 꼭 사야 하는 사람은 집을 사고, 굳이 살 필요 없이 세 살아도 되고 세 살다가 돈 모아서 집 살수도 있게. 주거에 선택지를 넓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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