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퀴어축제 등 젠더 문제에 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박 후보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매년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서울 퀴어문화축제' 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되풀이했다.
박 후보는 "시대가 포용적으로 변화하고, 다양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문제를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진행하는 게 맞다.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는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제 생각이 있다"면서도 "서울광장은 서울시민들이 표현하는 대표적 장소다. 제 생각을 표현하기 전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만 했다.
'퀴어문화축제에 직접 참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박 후보는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보다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대적 변화와 포용정신, 다양성을 서로 같이 공감하는 게 중요한 리더십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소신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 환경은 후보의 말을 선거에 이용하는 상황이 강하다"며 "그런 부분도 개선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의 축제인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이로 인해 서울시장 후보들의 입장 표명 회피는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기독교 신자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그런 것(퀴어 퍼레이드)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퀴어 축제가 광화문 거리에서 열려서는 안 된다는 분들이 계신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고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 동성애 축제를 안 볼 권리 등을 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혐오 재생산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민주당은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공직자로서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와 상관 없이 이 부분은 충분히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으면서 혼자서 고민하고, 그것으로 괴로워하는 생활을 이제 더는 하면 안 된다"며 "여성 시장이 탄생하면 그 부분에서 여성들이 좀 더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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