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에 방문한다. 정부는 최상의 한미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미중 갈등 사이에서 새로운 좌표를 모색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외교부는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18일 간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17~19일 간 방한해 양국은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2+2 회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16년 10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5년 만에 재개된 2+2 회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동맹을 중시한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최상의 한미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며 "미 외교‧국방 장관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준비하고 있고 각각 국가안보실장과 따로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 부분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검토 단계부터 한국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대로 동맹 복원을 강화하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첫번째 해외 순방에 한국과 일본을 온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서유럽 국가들이 아닌, 한국과 일본을 먼저 찾았다는 점은 미국 입장에서 동아시아 및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에 긍정적인 신호로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출범 이후 연일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일본과 한국을 대중 봉쇄망에 두기 위해 유럽을 제치고 동아시아 지역을 먼저 챙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쿼드'(Quad) 카운터파트들과 화상으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공식 안보 협의체로, 현재는 미국·일본·인도·호주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것은, 미국 정부가 쿼드 참여를 비롯해 한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행보에 동참하라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쿼드 참여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어떤 지역 협력체라도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과 함께 국제 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 협력체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국무‧국방장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16일 일본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2+2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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