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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주택, 이게 정말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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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주택, 이게 정말 된다고?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 직접 방문해 봤다

널찍한 현관에 들어서자 반짝 켜지는 LED 조명, '펜트리'라든가 '알파룸' 같은 공간들, 옷장이 따로 필요 없게 넓게 빠진 드레스룸. 신도시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4베이 구조'였다.

두리번거리는 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붙어있는 두 작은 방 사이의 벽은 가벽이라 큰 방 하나로도 쓸 수 있다", "벽식 구조가 아니라 기둥식 구조로 만들 거다", "강화마루를 깔 거다" 등등.

뒤이어 들어선 중년의 부부는 집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관계자에게 내장재는 무엇인지, 마감은 어떻게 했는지를 연신 꼼꼼하게 물어봤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부부는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며 "괜찮네"라고 말했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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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둘러본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근처의 경기도 기본주택 홍보관의 견본주택 얘기다.

'기본주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중 두 번째 정책이다.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가 아닌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으로 바꾼다는데, 아직은 생소한 기본주택의 원리와, 실제 추진되는 기본주택의 모델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25일 경기 광교신도시에 홍보관이 문을 열었다. 이날까지 2300명 넘는 시민이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은 높다.

홍보관에는 열댓명 정도의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집 장만이 큰 화두인 3040대가 주로 관심을 가질 거란 생각과는 달리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청년부터 머리 희끗한 중년 이상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집 장만이 어려운데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해서", "결혼 생각이 없는데 1인 가구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자녀들 결혼시키고 나니 노후가 불안해져서" 등등. 홍보관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기본주택을 알아보고 있었다.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역세권 같은 도시의 핵심 지역에, 적정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거주할 수 있다'는 문구는 기본주택의 상징같은 슬로건이다. 요즘 같은 때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문구다.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정말? 이게 된다고?'라는 생각과 함께 설명서를 읽었다. '보편적인 주거 서비스', '지속 가능성'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홍보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업지 선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임대주택이랑 뭐가 다르냐'는 취지의 질문에 관계자는 "소득·자산 등을 따지지 않고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답했다. 집도 없고 소득도 없고 자산도 없는 취약계층을 먼저 도와줘야지, 집만 없고 다른 자산과 소득이 많은 사람까지 혜택을 주는 이유가 있냐고도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그런 사람들은 자기 집을 사고 말지 굳이 기본주택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기존의 국민임대주택은 소득·자산·자동차 이런 것들을 다 따져요. 소득 기준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열심히 일해서 101만 원 벌게 되면 나가야 합니다. 나가면 민간임대로 가야 하는데 그건 또 너무 비싸요. 100만 원이나 101만 원이나 사는 건 별 차이 없는데 주거비용이 확 늘어나는 거죠. 경기도 전체 475만 가구 중에 44%인 209만 가구가 무주택 가구입니다. 임대주택 혜택을 받는 건 8%에 불과하고요. 기본주택은 나머지 36%도 대상으로 하는 주거 서비스입니다."

ⓒ경기도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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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은 작은 평수에 저렴한 마감재라는 사회적 편견은 견본주택 앞에서 멈춰섰다. 견본주택을 둘러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보관 관계자는 "(평수, 시설 등이) 분양주택 수준"이라며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의 선입견을 깼다고 강조했다. 분양주택 수준으로 만드는 임대주택이라, 과연 가능할까. 홍보관 관계자는 "초기 건설 비용은 더 많이 들겠지만, 하자보수 비용이 적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주택 5가지 타입 중 1인 가구에 특화된 26㎡는 보증금 1415만 원에 한달 임대료 28만3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가장 비싼 85㎡는 보증금 6340만 원에 63만4000원이다.

홍보관이 위치한 광교 신도시에서 비슷한 아파트를 전세로 구한다고 하면 중위 소득의 평범한 가구의 경우 수 억대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은행 이자만 매달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 원이다. 몇 년 지나면 다른 전셋집을 찾아야 한다. 굳이 집을 안 사고 평생 산다는 개념이라면, 임대료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임대료가 주변 다른 주택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외곽지역이 아니라 도시의 핵심 지역에 만든다는 점도 있고요. 무엇보다 '기본주택'의 목표 중 하나는 '적정 임대료'입니다. 기존의 임대주택은 지을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에요. 임대주택을 지을수록 적자를 본다면 언젠가 그 사업은 그만두게 돼 있어요. 기본주택은 지속 가능한 사업이어야 합니다. 기본주택의 임대료는 공사가 이익을 남기지 않고 기본주택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임대료 낮추는 문제는 기본주택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임대료를 낮추려면 건설비용을 낮춰야 되는데 일반 분양 아파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도 사실상 적자로 운영된다. 그래서 많이 지을 수 없다. 임대료를 너무 높이면 공공임대주택, 기본주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용적률을 높이는 것을 제안한다. 용적률이 높으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가구가 들어갈 수 있어 통상 수익률이 좋아진다. 임대주택에 적용하면 높아진 용적률에 따라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이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관련한 주택도시기금 융자 운용을 효율화하는 등 여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공공 리츠(REITs,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의 설립을 통한 기본주택 매입 등 정부의 재정도 뒷바침돼야 한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법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장기 임대 기본주택 도입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함으로써 서민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수준 향상을 도모한다'는 입법취지를 내세워 기본주택 개념을 담아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늘리고, 공공 리츠의 설립을 통해 공공주택사업자가 건설한 임대주택을 정부가 사들이고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조만간 기본주택 공급을 위한 연내 사업 후보지 선정 등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등에서 GH 참여 지분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목표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집이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거복지 개념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경기도의 실험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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