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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분의 1도 확률인가?...'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는 '방역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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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분의 1도 확률인가?...'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는 '방역 방해'

[안종주의 안전사회] 독감 백신 보도 유령, 코로나 백신 시대에도 길거리 배회

지난해 가을 우리 대다수 언론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이란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이는 마치 독감 백신 자체의 부작용 때문에 숨진 것으로 일반시민이 오인하도록 만들었다. 일부 언론은 경마 중계 방송하듯이 속보 경쟁까지 벌이며 시시각각 이 사안을 다뤘다.

그 결과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일반시민 사이에서 높아져 갔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예년에 견줘 접종률이 뚝 떨어졌다. 유통창고에는 독감 백신이 쌓여갔다. 공중파 방송 등 여러 언론이 비판적 관점에서 이와 관련한 팩트체크를 하고 토론을 벌이는 등 불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올 3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했다. 다수 언론은 어찌된 일인지 독감 백신 접종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지난해 가을과 비슷한 보도 태도를 취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등의 표현을 한결같이 사용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 가운데 사망한 사례가 마치 백신 자체의 부작용 때문에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감 백신 보도의 유령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었다.

독감 백신 보도 유령, 코로나 백신 시대에도 길거리 배회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은 세계 각 나라에서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았으나 백신 자체의 독성 때문에 사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또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이를 매일 다뤘다.

심지어는 ‘국내 첫 백신접종 후 사망’ 보도에 이어 ‘서울서도 백신접종 후 첫 사망 사례 나와’(<노컷뉴스> 등, 3월5일) 등으로 의미 부여를 통했다. 마치 뉴스 가치가 상당한 것처럼 다루었다. 이런 식이면 광역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군구 별로 ‘○○군(시)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첫 사망’ 보도가 나올 판이다.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때 언론의 비과학적 호들갑·왜곡 보도로 우리 사회는 정말 큰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언론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때에는 유사한 보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필자도 지난 2월 한 공중파 방송의 코로나 백신 토론회에 출연해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언론의 판단이 옳았던 것인가, 아니면 언론의 보도 행태가 잘못된 것일까? 지난 가을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해 마치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제법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 잘못됐다면 코로나 백신 접종과 그 후 일어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 또한 잘못된 것이다.

2억분의 1 확률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할 것인가?

언론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확률이 어느 정도일 때 보도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2억분의 1 확률일 때에도 무조건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고 보도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정상 사회라면 이런 확률을 두고 위험을 말하거나 가능성이 염려돼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 몇 시간 뒤 또는 하루·이틀이나 사나흘 뒤 숨진 사례가 있다면 이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이 좋을까. ‘(독감 또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이란 표현 말고 더 좋은 말이 있는가? 정답은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데 왜 보도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속보 경쟁 때문인가, 단독 경쟁 때문인가. 어느 한 언론사에서 다루면 다른 언론사는 이때부터 아무런 윤리적 부담 없이 앞 다퉈 마구잡이 보도를 하곤 한다. 자신이 처음 보도한 원조가 아니라는 발뺌으로 ‘면피’를 하려 든다. 우리 언론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겁한 생각으로 결코 용서받지 못할 대목이다.

이렇게 야멸차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고 신고된 11명 가운데 1차 검토가 끝난 8명은 접종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3명은 아직 1차 검토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발표할 예정인데 8명의 검토 결과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본다.

백신 이상반응, 실은 정상(?)반응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또 8일 0시 기준 31만6865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으며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신고사례가 3915명으로 전체 접종자의 1.2%였다고 밝혔다. 신고된 부작용 의심사례 가운데 99% 가량은 다른 예방접종에서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의 가벼운 증상이었다.

중증으로는 급성 중증 과민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33건, 경련 등의 중증 의심 사례 5건 등이었다.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중에서도 접종 후 2시간 이내 호흡곤란·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나타난 아나필락시스 유사 반응이 3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신고 된 부작용건수는 외국에 비해 높지 않다.

사실 이런 대다수 가벼운 부작용 사례는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생기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상반응 신고자의 다수가 상대적으로 젊은층이기 때문이다.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생기는 증상들이다. 달리 말하면 정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들이다.

2/3분기에는 접종 기하급수로 늘어, 왜곡 보도 사라져야

앞으로 2분기, 3분기로 갈수록 코로나 백신 접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때 가서도 우리 사회는 이른바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와 부작용 사례를 실시간 중계 방송할 것인가.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도 될 터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백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만 부추겨 접종을 기피하게 만든다면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정도(正道)다. 선정성이 아니라 권위를 지향하는 언론이 되겠다면 말이다.

방역당국을 신뢰한다면, 또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요인 외에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무턱 대고 ‘백신 접종 후 사망’이란 보도를 하려들지 말자. 죽음의 정확한 원인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지켜본 뒤 찬찬히, 냉정하게 보도하자. 이것이 코로나 시대의 올바른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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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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