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냈다. 그러나 두 문장으로 끝난 사과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아 박 전 시장 지지층을 의식한 애매한 사과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8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한 여성정책 브리핑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피해 여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피해자가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 관련'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그동안 박 후보는 여성후보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토론회가 세 차례 진행되는 동안 박 후보의 입에선 '박원순'이라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 '박원순' 금기어? 박영선·우상호, 맥빠진 '지지층 구애' 경쟁)
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여성정책브리핑에서 박 전 시장의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셈이지만, 이마저도 두 문장짜리 사과에 그쳤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후보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질문을 받고 그는 "제가 직장생활을 21살부터 지금까지 했으니 거의 한 4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쉼 없이 해왔다"며 "그런데 그동안 제가 느낀 것은 여성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행동해야 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면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일단 바꿔야 되지 않느냐"며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그런 것들이 즉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여러 가지 성폭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가서 털어놓고 얘기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상담사를 설치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했다.
피해자의 일상 복귀 지원 방안에 대해서 "피해자가 우리의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 후보는 지난 4일 유명을 달리한 변희수 하사로 인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법과 관련된 부분은 사회변화의 정도에 따라서 국회에서 이것이 아마 논의될 것이고 국회에서 그 변화의 정도만큼 수용할 것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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