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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영수회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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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영수회담 유감

우리말을 공부하다 보면 한자어의 조어법에 가끔 놀랄 때가 많다.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가 영수회담이라는 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영수를 한자로 ‘領首’로 알고 있다. 우두머리(각 당의 당수(黨首))라는 의미로 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사실 한자로 쓰려면 ‘領袖’라고 써야 한다. 한자로 영수라는 단어를 치면 ‘寧壽, 寧帥, 零數, 領袖, 永壽, 永秀, 潁水, 濚水, 營需, 英數, 英粹, 領受, 領收, 領水’ 등과 같이 많은 단어들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領首’는 보이지 않는다. 우두머리 首 자가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런 단어는 없다. 그렇다면 領袖는 어디서 나온 단어일까 궁금하다. 우선 영수회담에 관한 내용을 보자. “영수회담이란 국가나 정치단체, 혹은 사회조직의 최고 우두머리가 서로 만나서 의제를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정치적 교착상태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영수(領袖)’의 어원은 ‘옷깃(領)’과 ‘소매(袖)’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옷을 만들 때 닳기 쉬운 옷깃과 소매 부분을 덧대 금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따라서 화려한 옷깃과 소매는 높은 신분을 상징했고 ‘영수’가 최고 지도자를 의미하는 뜻으로 발전했다.”(<에드윌 시사상식> 참조) 그러니까 머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라는 뜻에서 옷소매 袖자를 가지고 왔음을 알 수 있다.

후예(後裔)라는 단어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우리가 흔히 아는 <화랑의 후예>나 <카인의 후예> 등의 소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후손들에 관한 글들이다. 옷소매를 의미하는 예(裔) 자가 사람을 의미하게 된 경우다. 후예(後裔)는 ‘핏줄을 이어받은 먼 자손’이라는 뜻으로 화랑의 후예는 ‘화랑의 먼 자손’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구한말에 자신이 화랑의 자손임을 과시하려고 할 때 쓰던 말이다. 한편 후손(後孫)은 ‘여러 대가 지난 뒤의 자손’을 말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손(孫)’보다는 시간상으로 ‘예(裔)’가 조금 더 오래 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지금도 ‘단군의 후손’이라고 하듯이 큰 차이는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평상시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글자를 쓰는 경우가 제법 많다. 과거에는 예초기(刈草機)를 사전에서 찾으면 나타나지 않았다. 틀림없이 ‘풀을 깎는 기계’로 알고 찾았고, 사람들도 다 그렇게 쓰고 있었는데 사전에 나오지 않아서 상당히 당황했던 적이 있다. 농촌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던 때인데, 한국어 선생이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쓸 수도 없어서 황망 중에 있었는데, 사전에는 예취기(刈取機)로 나와 있었다. 예취기라고 하면 풀을 깎아서 모아두는 기계라고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예초기는 풀을 깎기만 하지 모으는 기능은 없다. 사전에도 “곡식이나 풀 따위를 베는 기계”라고 나와 있지 모으는 기능이 있다는 말은 없다. 그렇다면 예초기가 더 어울리는 말인데 왜 굳이 모은다는 의미의 취(取) 자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가지다, 모으다라는 뜻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기계의 활용도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 보았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일본에서 들어온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전언만 들었다. 아마도 이 말이 맞는 듯 싶다.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그대로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일본어에는 약해서 이에 대한 설명은 다른 집필진을 기대하고 여기서 꼬리를 내려야겠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단어를 만들 때는 우리의 실정에 맞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탠다. 지금은 사전에 예초기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해마다 사전에 새로운 단어를 등재하고 언론에 공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초기라고 하는 것을 보고 등재한 것이다.

위에 보이는 영수(領袖)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고, 다음에 활용한 예취기(刈取機)는 일본에서 들어 온 말을 그대로 사용한 예이다. 둘 다 뭔가 우리말을 표기하기에는 어색한 맛이 있다. 그렇다고 모두 바꾸기에도 너무 늦었다. 예취기를 예초기로 바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영수(領袖)라는 단어와 같은 것은 천상 어원을 설명하면서 가르치는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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