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소속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선수에게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가 또 나타난 가운데 일부 스포츠전문 채널에서는 이들 ‘학폭관련선수’의 경기장면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쌍둥이 배구선수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전주J초등학교,K중학교에서 쌍둥이자매들과 함께 운동했던 사람 중 한명"이라고 소개한 후 "일단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당시 감독이라면서 인터뷰 한 내용을 보고 화나가서 글을 적는다"며 "저 또한 피해자였지만 쉽게 용기내지를 못했던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성자는 또, "이런 가해자들이 티비에 나와 웃는 모습을 보며 정말 허무했다"며 "무기한 출전 금지요? 국대 선발 제외요? 그런 것 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풀릴 것들인 거 알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저번 2차 폭로자와 같이, 계속 그대로 둔다면 저와 같은 또다른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학폭피해자의 폭로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속 배구단은 쌍둥이 자매에 대해 무기한 출전금지명령을,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섰지만, 스포츠전문채널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스포츠전문채널인 'SPOTVgolf&Health'에서는 1일 오후 ‘국가대표 여자배구 최고의 명경기’라며 2020년 1월 12일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태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전 경기를 방영했다.
이 경기에는 학폭관련 문제로 소속구단에서 출전을 금지시킨 이재영,다영 두자매의 경기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에 앞서, SBS스포츠채널은 지난달 24일, 2018년 여자 발리볼 네이션스리그대회에서 우리나라와 도미니크공화국 대표팀 간의 경기 장면을 방송했으며, MBC스포츠채널은 23일, 우리나라와 대만과의 여자배구B조 경기를 녹화중계했고, SPOTV도 23일, 국가대표 여자배구 ‘최고의 명경기’라며 2019 FIVB여자배구 월드컵 경기를 방영한 바 있다.
이들 경기에도 두 자매가 국가대표로 출전해 경기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채로 그대로 방영됐다.
이같은 일부 스포츠전문채널들의 ‘학폭관련 대표선수들의 경기장면 방송’과 관련해 방송심의 관계자는 "피해자가 봤을 때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민적 이슈가 된 문제에 대해서 스포츠채널들이 의도적으로 시청율을 올리려고 재방송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개념과 자체 심의도 없이 방송하는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학교폭력 관련 상담 NGO단체인 푸른나무재단 탁은영담당은 이와 관련해 "편성권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두 선수의 학폭문제가 제기돼서 경기가 제한되고 출전도 제한하는 상황에서 과거영상이라고 해서 방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학폭 가해자인 두 선수가 경기하는 장면을 계속 방영하는 것도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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