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에게 4대 보험, 퇴직금 등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된 가운데, 국회 앞에서 10일째 농성 중인 가사노동자들이 이를 규탄하며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YWCA연합회는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자는 가구원의 의식주를 보살피고 청결과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가정 생활 유지와 노동력 재생산에 필수적인 노동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사노동자들은 70여 년째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야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가사노동자의 염원을 무시하고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무산시켰다"고 비판한 뒤 "우리 40만 가사노동자는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3월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며 어느 정당이, 누가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근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기법 11조에 '이 법은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별도 법률도 없다.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둘러싼 법적 논의는 2010년에 시작됐다.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었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근기법의 가사 사용인 적용제외 조항 삭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돌봄노동자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률은 19대, 20대 국회에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도 정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에는 가사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임금, 노동시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들에게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민주당이 가사노동자 보호법을 '필수노동자TF 10대 입법·정책과제'에 포함시키며 70여년 만에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월 국회를 맞으면서는 당사자들도 행동에 나섰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15일부터 열흘째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며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도 '맞벌이 여성노동자 95%가 가사노동자 보호법에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법 제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전날인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가사노동자 보호법을 2월 법안 심사대상 목록에서 제외했다. 국민의힘이 3월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법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약식 공청회를 진행하고 2월 국회에서 법안을 심사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20대 국회 때도 공청회를 했지만 가사노동자 보호법은 제정되지 않았다"며 "공청회 뒤에 국회가 또 가사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3월이 지나면 지방 선거, 대선 등 선거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3월 국회가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3월 국회 통과를 위해 사활을 걸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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