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미국에서 5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갖기 전날 코로나19 사망자가 40만 명을 넘어서면서 추모행사를 가졌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32일만인 22일 저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애도하는 촛불 추모 행사를 가졌다. 불과 한달여 만에 사망자가 10만 명이나 증가했다.
다행히 바이든 정부 들어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22일 현재 미국에서 전체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6417만여 회 분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산 속도와 사망자 발생 속도로 줄어들었지만, 아직 집단면역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추모행사에서 사망자가 50만 명이 넘어선 것에 대해 "진정 암울하고 가슴 아픈 이정표"라면서 "이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상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생명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바이든은 "모든 미국인에게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기억하기를 요청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차례가 되면 백신을 접종하는 등 행동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하나가 돼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며 그것이 이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부터 닷새 동안 모든 연방기관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플로리다 주지사, '극우 방송인' 추모 위해 조기 게양 지시...민주당 반발
모든 연방건물에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기가 게양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는 다른 이유로 조기를 게양하라는 주지사의 명령이 내려졌다.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극우 방송인 러시 림보를 추모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조기 게양을 지시하며 "말할 필요도 없이 림보는 완벽한 전설이었다"며 "그는 제 친구였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인 드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월마트나 홈디포를 여는데 학교는 왜 못 여냐"며 조기 학교 재개를 주장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예방 수칙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플로리다는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텍사스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약 180만 명)가 발생했다.
이런 드샌티스 주지사 명령에 민주당 인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니키 프리드 플로리다주 농업국장은 22일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 국기는 주지사에 의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극우 방송인인 림보는 낙태권을 주장하는 여성들을 '페미 나치'라고 비난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 의혹'을 제기하는 등 "평생을 혐오 발언을 하고 분열과 음모론을 퍼뜨리는데 일생을 바쳤다"고 프리드 국장은 평가했다.
CNN은 플로리다주의 조기 게양과 관련된 지침에서 고위직 공무원, 사법.소방 공무원, 저명한 시민 등이 사망했을 경우 주지사가 조기 게양을 명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림보가 과연 이 규정에 해당하는 인사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전역에서 매일 2000만 명이 들었다고 알려진 '러시 림보 쇼'를 진행하던 림보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극우 선동가'였다. 일례로 건강보험에 피임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한 여대생을 향해 "매춘부가 섹스하는데 왜 돈을 내냐"고 공격하기도 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상대로 '매직 니그로'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출생 의혹'을 제기했고, 미셸 오바마에 대해서는 "무셸"(흑인이므로 이슬람교 신자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그의 비난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지독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보수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림보의 '힐러리 물어 뜯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지금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는 "선거 도둑질" 주장도 매일같이 자신의 방송에서 떠들었다. 이런 림보에게 트럼프는 지난해 미국 시민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훈장으로 알려진 '자유 메달'을 수여했다. 림보는 이 훈장을 받은 이후 자신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고, 지난 17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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