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가 하버드대에 기증하기로 했던 역사 자료에 대해 "학문의 자유 뒤에 숨어 허위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허락했다"며 철회의 뜻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이에 대한 하버드대의 소극적 대응에 항의하는 취지에서다.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이자 안수산 여사의 아들인 필립 안 커디 씨는 17일(현지시간)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우리 가문의 유산과,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가문과 한국에 저지른 일들을 고려한 결과이자, 램지어 교수의 발언에 직접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차원에서 사료를 하버드대에 기증하는 것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커디 씨는 "나는 1990년부터 과거의 잔혹 행위를 비겁하게 부정하는 일본을 상대해 왔으며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의 역사를 왜곡하는 프로파간다를 이어왔다"며 "나는 램지어 교수가 일본 기업과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홍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돈을 받고 연구 결과물을 파는 학자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커디 씨의 이같은 발언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1972년 석좌교수직을 만든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커디 씨는 MBC <뉴스데스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하버드대 기증 취소는 내가 할 수 있는 할아버지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커디 씨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이자 미 해군 최초의 동양인 여성 장교인 안수산 여사의 아들이다. 커디 씨는 안수산 여사를 따라 하버드대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에서 한국의 독립운동기념사업, 독립운동가 유가족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한편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은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학계와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들이 17일(현지시간) "학문적 진실성을 위반했다"고 공개 비판한 데 이어 18일(현지시간) 세계 일본사 연구자들이 "핵심 증거 부재, 자료의 오독과 선택적 인용 등 학술 논문으로서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내용의 반박 논문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KBS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이 여성들을 성적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것은 잔혹한 인권유린"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같은 날 "'위안부' 강제 모집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역사적 진실"이라며 왜곡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게재하기로 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는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11일(현지시간) 우려를 표명하며 "가능할 때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공지문을 올리고 여러 학자에게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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