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천억원대 금융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사건'에서 펀드 자금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당의 재판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회장' 2명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이모씨 등의 선고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1천80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도 대부분 실형을 내렸다.
이씨 등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스닥 상장업체 에스모를 무자본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해 83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사건의 배후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이 언급한 배후는 에스모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모 회장이다.
투자조합을 만들어 에스모를 인수한 이 회장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라임 측으로부터 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에스모 머티리얼즈 등 다른 코스닥 상장사들을 잇달아 인수했고, 라임은 이 회사들에 2천여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 회장에게 인수된 회사들에서는 대부분 주가조작이 벌어졌다. 허위 공시 등을 통해 회사에 호재가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고, 주가는 최대 14배까지 급등했다.
이 회장은 주가상승 후 자신의 지분을 라임에 넘기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엑시트'(exit·자금회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지분을 대량 매각한 이후 에스모의 주가는 빠르게 내려갔고, 허위 공시 등 불법행위가 밝혀지며 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장 회사에 수천억원대 자금을 투입한 라임은 투자금 대부분을 잃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펀드 가입자들의 손실로 돌아왔다.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이 회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진 후 잠적했다.
도주 중인 또 다른 배후는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이다.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라임 측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목적으로 3천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투자금은 애초 목적과 달리 라임이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사들의 부실 CB를 되사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라임의 '캄보디아 리조트 투자 의혹'에도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앞서 라임은 캄보디아에 호텔·리조트 건설 명목으로 1억달러(1천100억원)를 해외로 송금했으나 실제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검찰은 사라진 1억달러 중 일부가 돈세탁을 거쳐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이종필 부사장 등에게 몰래 지급됐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해외로 잠적한 김 회장은 국내에서 일종의 원격 도박장인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하며 도피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필리핀 모처에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 검거를 위해 인터폴 수배와 국제사법공조를 요청했다.
라임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정철 변호사는 "라임 사태에서 파생된 다수의 무자본 M&A 사건과 횡령 의혹을 규명하려면 각 범행의 몸통인 이 회장·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임과 상장사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이들을 조사하면 이종필 등의 범행 관여 여부도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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