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 재판이 9일 미국 상원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무장 난입 사건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지난 13일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미 상원은 이날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인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56표, 반대 44표가 나와서 '합헌'으로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측 변호인단은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반면, 하원의 탄핵소추위원단은 재임시 발생한 일에 대한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맞섰다. 양측은 이날 오후 1시 탄핵재판이 개시된 이후 4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공화당 의원 6명이 민주당의 '합헌' 입장에 동조하면서 찬성이 56표 나왔다. 공화당 벤 새스(네브라스카), 수잔 콜린스(메인), 밋 롬니(유타),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등 6명의 의원이 찬성했다.
이날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을 마무리 지은 뒤 상원은 이후 트럼프 변호인단과 하원 탄핵소추인단이 각각 16시간씩 변론 시간을 얻어 본격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유무죄 여부는 다음주로 예상되는 표결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탄핵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convict) 판결이 나기 위해선 전체 의석(100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명의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이는 곧 공화당에서 17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13분간 의회 폭동 영상 상영..."이게 탄핵 사안이 아니라면 뭐가 탄핵감인가"
이날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메릴랜드)은 탄핵재판을 시작하면서 "트럼프를 상대로 한 재판은 냉정하고, 강력한 사실에 근거할 것"이라며 지난달 6일 있었던 의회 무장 난입 당시 장면을 13분 동안 영상으로 보여줬다.
영상에는 트럼프가 이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는 지옥처럼 싸운다",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다"라며 지지자들을 부추기는 장면과 이날 오후 지지자들이 의회를 습격해 난동을 피우는 모습이 이어졌다.
경찰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 모습과 의사당 곳곳을 부수고 파괴하는 모습, 또 의원들이 회의를 중단하고 급하게 몸을 피하는 모습, 시위대에 맞아 쓰려지는 경찰들의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겼다. 이 영상은 "오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트럼프가 트위터에 남긴 글로 끝났다.
래스킨은 "만약 이게 탄핵이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면 세상에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범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영상이 나오는 동안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일부러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랜드 폴, 마르코 루비오 등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은 화면을 쳐다보지 않고 무릎 위 서류를 내려다보는 등 딴청을 피웠다고 MSNBC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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