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느라 돈 떨어졌그던 배골지 말고 울집 오셔서 내없더라도 보리밥에 된장 한 그릇 써억 썩 비벼서 배불리 자시고 가이소”
경상북도 안동과 의성에는 매월 2일과 7일 5일장이 열려 각종 농수산물과 생필품 등을 사고파는가 하면, 이웃동네에 있어 자주 볼 수 없었던 친구, 친지들이 함께 어울려 막걸리 한잔에 구수한 입담이 오가는 사랑방 같은 풍경이 이날 펼쳐진다.
지난 7일 의성군 의성읍 전통재래시장에서도 설 연휴를 앞두고 대목장이 열려 재수용품과 생필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오랜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른 마스크 착용 등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의 장날 모습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친구 친지들은 말보다도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시장 입구 한 귀퉁이에서 석쇠닭발구이, 보리밥, 도토리묵밥 등을 판매하는 조그마한 식당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쓰인 글귀가 이곳을 지나는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이곳 ‘언니네 식당’ 주인이 걸어 놓았다는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어서 오이소 웃마 아지매!! 아랫마 아재요 !! 자 오셨니껴? 뒷 말래이 형님도 오셨네요. 여가 거 시더(언니네) 장 보느라 돈 떨어졌그덩 배골지 말고 울집 오셔서 내없더라도 보리밥에 된장 한 그릇 써억 썩 비벼서 배불리 자시고 맴이 켕기거든 훗날 오실 때 풋꼬치 더어개 배추 한줌 뽑아다 주면 돼잔니껴? 살피 가시데이 또 오이소... 주인 아지매 드림”
실제로 이곳 식당에는 시장 보느라 돈을 다 쓴 어르신들이 늦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 식당을 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장날 이곳 식당을 다시 들러 돈 대신 직접 농사지은 조선간장1병, 감자, 고추, 야채 등을 조금씩 가져와 주인장 몰래 식당 문 앞에 두고 간다고 식당주인은 귀뜸해 주었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 불황 등으로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이웃의 배고픔을 먼저 생각하는 의성 전통시장 ‘언니네 식당’이 어렵고 힘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있어 설 명절을 앞두고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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