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다, 집에 올 생각일랑 말거라!". 얼마 전에 외지에서 결혼한 아들의 안부 전화에 대뜸 성부터 내는 김룡국(가명)씨. 중국에서 중국 여자(한족)와 결혼한 아들 때문에 심기가 아직도 불편하다. 그 결혼으로 인해 룡국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안주거리가 되곤 한다. "아니, 좋은 우리 사람들도 많은데 하필 왜 한족과 결혼해서 원...". 김씨는, 축하해야 할 아들 녀석이 아직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중국의 조선족(재중동포 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조선족"을 사용하겠다.)사이에서는 한족과의 결혼을 마뜩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없지 있다. 한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주류 중국인들이긴 하지만, 조선족은 여러모로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 중국에서 조선족의 지위는 남부럽지 않고 "당당한" 측면이 있다. 그들은 중국내 한족을 포함한 다른 민족들로부터 "인구 수는 적지만, 남달리 근면하고 총명하다", "강인하면서도 인정 많은 사람들", "잘 먹고 잘 놀며 잘 사는 사람들" 등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에 선망의 대상으로도 각인되어 있다. 조선족 그 자체가 '우등(優等) 브랜드'인 것이다.
"아이고 또 그들이 일을 저질렀구만. 남의 나라에 와서 도대체가!", "다 필요 없어, 제발 돌아가라고 해!". 그들의 또 다른 면모이다. 넓은 중국 땅에서는 잘 나가는 조선족이건만, 좁은 한국 땅에 와서는 사회적 지위가 확 고꾸라진다. 부정적 이미지에 기피의 대상으로도 각인되어 있다시피 하다. 조선족 그 자체가 열등(劣等) 브랜드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 땅에서 그들은 좋지 만은 않은 인식 속에, 자신들의 역할 등에 비해 합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먼저, 그들은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사려 깊지 못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기타 언론 매체 등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거나 범죄 등에 연루된, 왠지 가까이하기엔 꺼려지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대단히 잘못된, 오히려 한국 사회의 경박하고 폐쇄적인 한 단면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사회에도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일부 저급한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조선족들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조선족의 한국 내 범죄율만 해도 사실은 한국인의 그것보다 낮다. 이는,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외국인 폭력범죄에 관한 연구'만 봐도 알 수 있다.
내외국인의 인구 10만명 당 "검거인원지수" 비교 결과, 내국인이 3.281로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의 1.439보다 오히려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조선족을 마치 범죄의 예비군인양 취급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거 없는 편견과 선입견 등이 그만큼 심하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음,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실제 역할 등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조선족이 소위 "3D"라 일컬어지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3D 분야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향유하고 있는 이 일상생활도 과연 아무 영향없이 그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 이처럼, 사실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 고마운 존재이다. 우리가 부정적 편견과 잘못된 인식 등을 바로잡으면 오히려 환대해야 할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그들의 '가치'는 시선을 돌려 한중 관계를 생각할 때 더 빛난다.
첫째,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으로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간 한국 기업들에게 이들의 역할은 실로 작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은, 1972년 중일 수교 후의 일본 기업이나 1979년 미중 수교 후의 미국 기업 등과 비교할 때 많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보다는 비교적 덜한 리스크에 비교적 더한 성과를 단기간에 거둘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조선족의 이러한 '기여'에 대해 부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한국기업들의 중국 진출 등을 직접 목도한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자신의 부덕함과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이라 여겨 지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미일 양국과는 달리, 우리와 피를 나눈 한민족인 조선족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중국 시장 진출이 가능했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은 한중 양국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때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2월 현재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좋지 않은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중국만큼은 예외다. 202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의 8.1%를 비롯, 경제 관련 국제기구 등은 대부분 독보적인 성장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국의 저명한 경제경영연구소(CEBR)은 2028년이면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등, 국제 사회에서 중국경제의 위상은 더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그 중국은 우리의 바로 옆에 있다. 게다가 격화일로의 미중 패권대립 국면 등을 고려,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우리를 끌어안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잘 나가고 있는 중국 경제와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는 남다른 기회의 측면이 적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낯설고 두렵기만 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으로 "리스크 최소화, 결실 최대화(Least Risk, High Return)"을 기하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시 조선족의 역할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조선족은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앞으로도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요, 윈윈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족의 역사를 보면, 적지 않은 그들의 조상은 우리의 불행한 역사 등으로 인해 조국인 한반도를 떠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부 사람들에 의한 일부 부정적 현상 등에 과도하게 매몰된 채,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해야 할 그들조차 품지못하고 오히려 등지게 하고 있다. 그들을 과연 언제까지 "단지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눈치보고 고개 숙이게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약 여러분이 그들이라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정이 가고 또 얼마나 좋게 생각되겠는가. 그러면서 우리는 글로벌 사회를 리드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선족에 대한 우리의 일그러진 편견은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 나가야 마땅하다.
* 우수근 교수는 유튜브 <우수근의 한중일 TV>, 페이스북, <원 아시아>를 운영 중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