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싸움 1년 우리의 일상 역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비대면의 생활이 일상화 됐다.
휴일을 맞아 가족 연인 등과 함께 하는 나들이는 이제 지난날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종식만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모처럼 휴일을 맞아 한산한 도시의 거리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지친 몸을 힐링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
가야산의 정기를 받아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오래된 역사와 전설, 그리고 힐링이 함께 공존하는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서 하루의 일상을 꿈꿔 본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조IC 인근에 다다르면 살피재 아래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등성이가 예사롭지 않다. 오뚝한 콧날에 여인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얹어 놓고서 반듯하게 누워있다.
문재산 미녀봉으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속눈썹도 길게 늘어져 있어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 놓은 걸작품이다.
옛날 미녀봉 아랫 마을에 효심 깊은 소녀가 살았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어 갖은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마을 뒷산에 신비한 약초가 있어 그 약초를 먹으면 어머니의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초를 찾아 떠나려고 했지만 그곳에는 무서운 독을 지닌 뱀이 살고 있어 그곳에 갔던 사람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며 마을 사람들이 소녀를 말렸다.
하지만 효심 깊은 소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약초를 찾아 산을 올랐다. 산꼭대기까지 간 처녀의 눈에 약초가 보였고 반가운 마음에 약초를 캐는 순간 소녀는 뱀에 물려 그 자리에서 죽었다. 소녀는 바위가 되었고 그 바위는 신기하게도 죽은 소녀의 모습이 돼 지금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미녀봉의 긴 머리카락을 멀리서 쓸어내리며 가조 IC를 빠져 나와 소머리 형태를 하고 있고 일본 황실 조상의 신화 이야기가 있는 우두산으로 향했다.
일본 조상신이 있었다는 고천원의 넓은 뜰을 지나면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이어진다. 물소리, 새소리와 나무 가지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국내 최초의 거창 Y자형 출렁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우두산 산림휴양 체험시설 항노화 힐링랜드 내에 있는 Y자형 출렁다리는 해발 600m 세 봉우리를 연결하는 특수공법으로 설치해 웅장함과 출렁다리를 걸어보면 스릴을 만끽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다시 산을 오른다. 돌다리를 건너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저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고견사다.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있고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밥을 지을 쌀이 나왔다는 쌀굴 이야기와 참선을 하면서 수도를 하였다는 의상봉이 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고견사에는 세 가지 볼거리와 세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볼거리는 가정산 폭포, 쌀굴,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이며 세 가지 자랑거리는 조선시대 숙종이 하사했다는 강생원 현판, 고려시대 석불,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동종이다.
고견사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왕씨를 위해 수륙재를 지내도록 전답과 향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조선의 왕실과 연계가 있는 고견사 대웅전에 들어 향을 지피고 몸과 마음을 단정이 하고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올리며 마음속에 간직한 작은 소원 하나를 빌어 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견사를 뒤로 하고 우두산 정상인 의상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가파른 비탈길과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가조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의상봉 정상이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마음속에 쌓인 번뇌를 메아리 소리와 함께 던져 버리고 잠시나마 명상에 잠겨본다. 조금은 차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싸 안으며 평온함을 선사한다.
우두산을 내려 와 가조 장터 근처에 있는 보리밥집을 찾았다. 구수한 청국장과 함께 싱싱한 야채에 보리밥 한 그릇을 놓고 쓰∼윽 비벼 후딱 해 치우고 나니 나른해 진다.
PH 9.6∼9.7의 강알카리 성분과 유황이 함유돼 물이 아주 매끄럽고 피부도 뽀송뽀송 해진다는 가조 온천에 들러 몸을 담그니 산에 올랐던 피로도 풀리고 피부도 매끌매끌해진다. 야외 온천탕에서 바라본 슬픈 전설을 간직한 미녀봉과 큰바위 얼굴을 하고 있는 비계산의 운치가 또 다른 볼거리로 다가 온다.
가조는 땅이 넓고 분지로 이뤄졌으며 정감록에는 가야산 만수동 한양 조씨 천년도읍지라고 기록돼 고대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조에는 훌륭한 학자와 지역을 대표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많이 배출됐다. 이곳에서 살면 큰 인물이 될까? 아니면 이곳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가면 큰 인물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19로 답답하고 불안정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언젠가 자유로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을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나마 나만의 힐링을 위한 여행을 가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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