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부동산가격 폭등 현상이야말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요인이었다.
그간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다주택자 규제 제도, 후분양제, 분양가 공개 등의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이 취약했다. 대신 토건세력과 그와 연계된 보수언론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몰리면서 공급 확대나 용적률 완화, 아니면 세제 감면 등 임시변통의 조치를 내놓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부동산에 대한 격렬한 투기수요를 불러일으켜 매번 어김없이 집값만 올리는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일시적 조치들은 결국 투기꾼과 토건세력들의 극대 이익만을 보장해주는 최악의 그림만을 낳았다.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도 근본적인 생명 중시의 희생 방지 대책이 아니라 기업과 관료들의 시각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 용두사미, 결국 법의 실효성은 약화되고 당의 정체성은 크게 의심받게 되고 말았다.
<논어>는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했다.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우리 사회 최후의 버팀목으로서의 ‘기본’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를 야기시킨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 사회에서 ‘기본’과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지 않고, 많은 경우 도리어 무시되고 경시하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준(基準)’이나 ‘표준(標準)’의 의미를 지니는 영어 ‘standard’는 원래 ‘군기(軍旗)’라는 뜻으로서 중세시대 전쟁에서 병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꼿꼿하게 박아놓고 병사들로 하여금 결전을 치르도록 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 군기가 쓰러지면 병사들은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패퇴해야만 했다. 따라서 ‘standard’라는 단어는 전쟁터의 용사들이 적의 어떠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꼿꼿이 버티는 자세에 적용되어, ‘최후의 저항, 반항, 확고한 입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 ‘기준’, 혹은 ‘표준’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standard’는 사회의 최후의 버팀목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준’이 무너지게 되면 전체 사회가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또 ‘기준’과 ‘원칙’을 나타내는 ‘principle’의 어원은 라틴어 ‘principium’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 의미는 ‘시작’, 또는 ‘근원’이다. 사실 ‘법’을 뜻하는 ‘law’의 어원도 ‘origin’으로서 ‘근원’이다. ‘규칙’을 말하는 ‘rule’의 어원은 “똑바로 가다”에서 비롯되었다. ‘시작’ 또는 ‘근원’이 없으면, 그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이렇듯 ‘기준’이나 ‘원칙’은 ‘근원’ 혹은 ‘똑바로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작위의 정치공학을 버리고 ‘초심의 소박함’을
정부와 여당은 집권한 당일 바로 그날로부터 무엇을 하든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그 눈과 귀는 온통 ‘지지율’과 각종 선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지지율의 변동에 집착하여 수동적으로 일희일비하거나 선거의 유불리에 사로잡혀 작위적인 정치공학에 의존한다면,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레임덕도 피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작’과 ‘근원’은 바로 촛불항쟁이다. 따라서 정부는 촛불시민들이 무엇을 위해 엄동설한 그 모진 추위에도 광장에서 외쳤던가를 언제나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초심’을 잃지 않고 견지하면서 똑바로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전략목표 하에서 어떤 정책, 어느 조치를 시행하든 언제나 그 가이드라인 혹은 기준으로 삼아나가야 할 일이다. 이 과제의 수행이야말로 현 정부에 부여된 역사적 책무이며 시대적 사명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19라는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데도 이러한 관점과 방향으로 나아갈 때, 반드시 그 성과가 크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표피적인 지지율이 아니라 바로 ‘진정성’이 중요하며, 작위의 정치공학이 아니라 오히려 ‘초심’에 충실한 ‘소박함’이 필요한 때다.
신종여시, 즉무패사(愼終如始, 則無敗事). 시작할 때와 같이 끝맺음도 신중히 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다. 노자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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