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시민단체가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를 26일 경찰에 고발하자 피해 당사자인 장 의원이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은 저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제가 왜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을 통해 다시금 피해를 지난하게 상기하고 설명하며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은 전날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공론화하고 그를 당대표직에서 직위 해제 시켰다. 정의당은 피해자인 장 의원의 의사에 따라 김 전 대표에 대한 형사고발은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고소 뒤 당사자가 합의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보수 시민단체 '활빈단'은 김 전 대표를 강제 추행 혐의로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 대표 권한과 위력으로 여성 국회의원을 상대로 벌인 성범죄 사건 전모를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가해사실을 인정했고 피해 당사자가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제3자인 활빈단이 형사고발에 나섬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성추행을 둘러싼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져 새로운 2차 가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장 의원은 김 전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를 향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우선한다는 성폭력 대응의 대원칙에 비추어, 피해당사자인 제가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그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당사자로서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회복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 사건으로 옭아넣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 실상은 피해자의 고통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않은 채 성폭력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소비하는 모든 행태에 큰 염증을 느낀다"며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개정된 취지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권리를 확장하자는 것이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처리를 마치 피해자의 의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다움'의 강요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 어떤 피해자다움에도 갇히지 않은 채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리고 이다음에 목소리를 낼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김 전 대표의 사퇴로 사실상 붕괴된 지도체제 재정립을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키로 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책임있는 사태 수습과 해결을 위해 의원단과 대표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회의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의원단 6명과 대표단 6명으로 구성돼 차기 대표 선출 전까지 운영되며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윤기 당 대표 직무대행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비대위는 4월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포함해 사태 수습 방안 논의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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