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서바이벌 플랜’이라는 고강도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이 수요선 다변화를 통한 자구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르노삼성차 구조조정 발표에 대한 부·울·경 협력사 60곳에 대한 동향을 긴급 모니터링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는 협력업체 대다수가 지난 2019년 임금 단체협약 장기화와 지난해 코로나19의 과정을 거치면서 평균 20% 인원을 감축했고 매출은 20∼3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구조조정 발표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를 예상한 협력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수익성 개선을 강조한 구조조정이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부산의 한 협력사는 “구조조정이 끝나면 다음 차례는 협력업체 단가 인하가 예상된다”고 했고 창원의 협력사 역시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협력사에 단가 인하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르노삼성차의 물량 회복 전망에 대해서도 협력사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특히 부산공장의 특성상 신차가 많지 않은 데다 전기차 라인업이 없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창원에서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A사는 “르노삼성차가 전기차 라인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자동차 트렌드 변화에 뒤처져 있다”며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물량확보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 라인업을 탈피해 미래 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자동차에 대한 장단기적인 경영 회복 전망이 회의적인 가운데 협력사 상당수는 수요선 다변화 전략을 통해 자체적인 위기 극복 솔루션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소재 B사는 “르노삼성차의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된 이후 닛산으로 직수출 비중을 높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C사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부품의 비중을 확대해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고 했고 D사도 LG화학에 전기차 베터리 커버 공급을 장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전기차 분야로 수출을 확대한 기업도 있었다. E사는 글로벌 브랜드의 전기차 부품 수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었고 F사는 테슬라에도 제품을 납품하는 등 르노삼성차 부품 협력사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협력사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차 XM3의 수출물량 확보와 내수 판매 증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3월 종료된 닛산의 로그 위탁 수출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XM3에 대한 생산 위탁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유럽 시장이 회복되지 못해 계획 물량조차도 생산을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결함 이슈가 터지면서 내수 판매도 급감하고 있어 협력사의 우려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에 소재한 G사는 “XM3 생산과 판매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XM3 매출 증가가 기업 경영 개선과 직결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의 H사도 “작년까지만 해도 XM3의 인기로 어느 정도 생산량이 확보됐으나 최근 엔진결함 이슈로 인해 물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의 구조조정은 지역의 협력업체의 어려움으로 직결되는 만큼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이 지역의 고용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지원기관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수요선 다변화를 위한 협력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부품 협력사들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박종규 위원장은 "신차 없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좋게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물량 감소와 판매 저하를 예상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영진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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