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산업은행에 쌍용차 회생과 미래비전 마련, 고용보장 등 문제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대주주 마힌드라의 '먹튀 경영'이 쌍용차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주 채권자이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매각협상 타결 시점을 하루 앞둔 21일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의 위기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쌍용차 경영진의 부실경영 결과"라며 "마힌드라 인수 뒤 쌍용차는 수출시장을 잃었고 빚은 늘었으며 힘들게 개발한 티볼리 플랫폼과 엔진 기술 등은 마힌드라에 빼앗겼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무쟁의와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 자구안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 왔다"며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책임을 물어야 할 마힌드라, 쌍용차 자본에는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뜬금없이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무쟁의 서약서 등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종용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반노동, 반헌법적 발언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지금 산업은행이 할 일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회생을 지원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을 향한 요구사항을 담은 항의서한을 발표했다.
항의서한에는 △ 티볼리 헐값 기술 이전, 한국 자산 매각 후 해외 차임금 상환 등과 관련해 마힌드라에 책임을 물을 것 △ 먹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졸속매각하지 말 것 △ 채권을 지분으로 전환하고 쌍용차 회생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 △ ILO 협약에 위배되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무쟁의 서약 등 요구를 철회할 것 △ 고용보장과 미래비전 확보를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결정구조를 만들 것 등이 담겼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이 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산업은행 측이 출입을 막아 이뤄지지 못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현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온 노동자에게 이 회장이 또다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데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며 "산업은행이 지금이라도 국내 산업과 기술, 일자리를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졸속매각을 진행했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쌍용차의 올바른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며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쌍용차의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미래비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민규 '뿌리' 연구소 연구윈원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어난 외환은행의 론스타로의 매각과 쌍용차의 상하이차로의 매각은 한국 기업 매각 역사에서 가장 불행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며 "이 회장은 오욕의 역사를 털고 상하이차와 마힌드라로부터 이미 두 번의 '먹튀'를 당한 쌍용차를 또다시 '먹튀'당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쌍용차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대출금을 갚지 못해 법원에 기업회생과 자율 구조조정 지원을 신청했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잠재적 투자자와 쌍용차 지분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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