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0일로 딱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국내에서 벌어졌던 코로나 유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코로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 평가는 순수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이루어진 코로나 방역에 대한 평가를 점수로 매기면 우리나라는 90점 정도를 줄 수 있다. A학점에 해당한다. 100점, 즉 A플러스 학점은 물론 아니다. 이는 코로나 경제 성적 등은 빼고 순수 방역 점수만 매겨본 것이다.
20일 현재 국내 확진자 수는 7만3,518명이고 사망자는 1,300명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는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좋은 방역 성적을 보이는 국가도 제법 있다. 사망자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나라도 있다. 대만, 베트남, 라오스, 태국,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게는 우리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만점, 즉 A플러스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것이 맞다(표 참조).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힘을 모아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협력과 단결이 공존했다. 이는 케이방역(K-방역)이라는 말로 상징됐다. 케이방역의 주역은 국민과 보건의료인이었다. 물론 방역에 종사하는 공무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케이방역이 실행 과정에서 비판 받을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과보다는 공이 훨씬 더 크다.
케이방역, 지나친 자화자찬과 폄훼 모두 부적절
코로나 방역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이나 집단에 따라 편향이 가득해 지나친 자화자찬을 하는 쪽도 있고 심하게 폄훼하는 쪽도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시각이나 평가에는 객관성이나 과학성이 부족하다. 빛을 강조하는 쪽의 말만 듣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방역 성공 국가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반면 폄훼하는 쪽의 말만 듣고 있으면 우리가 코로나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지난 역사를 평가할 때는 이런 편향을 깡그리 배제해야 한다. 감정과 정치 성향과 비과학·비합리성을 완전 배제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언론인의 견해와 평가라 할지라도 그들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회의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톺아보아야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 대응은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한 2020년 2~3월의 폭발적 유행과 8~9월의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를 계기로 크게 재유행한 일, 그리고 11월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겨울 대유행과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가 가장 심각했고 주목해야 할 위기였다.
먼저 대구·경북 지역 대유행은 우리 사회가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대적할 수 있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벌어졌다. 한때 사회 전체가 불안에 빠졌으나 대구·경북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 특히 전국에서 의사·간호사 등이 이곳으로 몰려 들어 자원봉사를 하는 등 국난 극복의 정신이 잘 발휘돼 비교적 일찍 유행을 잠재웠다.
대한민국의 승리였다.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 국민이 하나가 되어 대처하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절대 패퇴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해 봄과 여름의 대부분을 비교적 큰 두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대다수 국가는 코로나 소용돌이에 깊이 빠졌다.
세 차례의 위기, 그때마다 국민 힘으로 극복
두 번째 위기는 계절적으로는 유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늦여름에 찾아왔다. 정치적 불만을 크게 가진 일부 국민과 특정 기독교인의 일탈 행위과 사고가 코로나 위기를 불러왔다. 코로나 방역은 방역 당국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개인, 특히 집단이 자신들의 신념으로 방역 일탈 행위를 할 때 방역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세 번째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위기는 다행히 1월 중순부터 어느 정도 확산의 기세를 꺾는데 성공해 탈출의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확실하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설 연휴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더 튼실하게 지켜야 한다.
이번 위기는 코로나 유행이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다수 국민의 방역 자세가 소홀했던 측면 때문에 밎어졌다. 정부 또한 새로 닥쳐올 겨울 대유행이 여러 차례 경고됐음에도 대응 준비를 소홀히 한 채 방심한 측면이 있었다. 한마디로 눈 뜨고 코로나에 당한 것이다.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특히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한때 케이방역에 대한 십자포화 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누워서 침 뱉기 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 정부였다는 점에서 성찰할 부분이 분명 있다.
여기에다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 발생과 법무부 장관의 늑장 사과, 그리고 후속 대처 부실 등은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의 코로나 위기관리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이 사태는 방역 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의 코로나 대응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재소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집단감염 예방에 대한 무능이 어우러져 빚은 후진국형 코로나 위기였다.
세심한 방역 실행 전략과 미래 통찰력이 승패를 좌우
우리는 앞서 이야기한 세 번의 위기 사례에서 확실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 교훈은 뇌 깊숙한 곳에 방역 디엔에이로 자리 잡아야 한다. 방역에서 세심함과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해 봄 마스크 대란과 지난해 말 사회 갈등 요인으로 등장했던 백신 확보 논란 등은 세심함과 미래 통찰력이 실종돼 벌어졌던 대표적 사례들이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마라톤과 같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각 나라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2월말부터 시작될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코로나와의 치열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시대에도 세심한 코로나 대응 전략과 미래 통찰은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 핵심 요소다. 코로나 접종 대상 순서를 놓고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불만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선제적 소통을 해야 한다. 또 백신 부작용을 두고 쏟아질 수 있는 가짜뉴스 내지는 과잉반응 유도 정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미리 대응 지침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코로나는 팬데믹이다. 어느 한 국가나 몇몇 국가가 코로나를 통제하는데 성공한다고 해서 그 나라들이 코로나 청정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백신 부자 국가가 여유 백신을 백신 빈국에게 나누고 일찍 코로나를 통제하는데 성공한 국가나 그렇지 못한 국가에게 보건의료 인력과 물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 퇴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이 그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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