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낮 12시(현지 시간)에 임기를 마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다수의 미국 역사학자들이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재임에 실패한 11번째 대통령이다. 특히 트럼프는 두번의 대선에서 두번 모두 대중투표에서 진 최초의 대통령이다. 2020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과 하원의원 선거에서 그가 속한 공화당이 모두 졌다. 결과적으로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선, 상원, 하원을 모두 이겼고, 2022년 중간선거 전까지 '블루 웨이브'로 정국을 주도하기에 유리한 위치를 획득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연임에 실패해서 4년) 내 두번 탄핵소추된 대통령이다. 트럼프에 앞서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2명(앤드류 존슨, 빌 클린턴)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2019년 12월 권력 남용, 의회 방해 등으로 탄핵소추됐지만, 그 다음해 2월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상원에서 열린 탄핵재판에서 부결돼 탄핵 해임은 피했다. 지난 13일 내란 선동으로 트럼프에 대한 두번째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됐고, 바이든 정부가 취임한 이후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상원에서도 가결된다면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해임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순간까지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대통령이자, 152년 만에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대통령이다. 그는 20일 낮 12시에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다. 그는 이날 오전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셀프 퇴임' 행사에 참석한 뒤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을 타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의 '셀프 퇴임식'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기록도 갈아치웠다. 1938년 이후 대통령의 임기 내 지지율을 조사해 발표한 갤럽에 따르면, 트럼프의 4년 임기 평균 지지율은 41%로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낮았다. 퇴임하는 현 시점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4%에 불과했다. 지난 1월 6일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테러 사건으로 지지자들의 일부가 지지를 철회했다. 트럼프 이전에 가장 낮은 평균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과 지미 카터 대통령(둘 다 45%)이었고, 가장 높은 평균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대통령(71%)이었다.
정치적 차원의 기록 만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직무" 수행 차원에서도 트럼프는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애틀랜틱>은 19일 보도했다. 이 글은 뉴욕대학(NYU) 역사학 교수인 팀 나프탈리가 썼다. 나프탈리는 트럼프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될 근거를 3가지 제시했다.
트럼프 이전에 역사학자들이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하는 대통령은 워렌 하딩(29대)이었다. 하딩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미국 최대 스캔들로 여겨지던 티포트 돔 스캔들 등 장관들의 부정부패로 임기 내내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하딩 자신도 금주법을 어기고 백악관에서 밀주를 마시고 도박을 즐기는 등 사생활 관련해서도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하딩은 선거 유세 지원 차 샌프란시스코 방문 도중에 사망했다(1923년).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허버트 후버(31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43대) 등도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놓고 트럼프와 경쟁할 만한 비교적 근래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리처드 닉슨(37대) 대통령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을 앞두고 사임한 대통령인 닉슨은 트럼프 추종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19일 백악관 계정으로 유튜브 등에 올린 고별 연설에서 자신에 대해 "수십년 만에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자신의 임기 내에 있었던 치적에 대해 말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하게 하는데 성공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지만, 후임인 바이든의 이름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또 그의 가장 큰 실패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끝까지 "중국 바이러스"라는 인종차별적 호칭을 고집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임기 마지막 날인 19일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인 사망자 수에 근접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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