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업무용 휴대폰이 유가족에게 반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단체가 "증거인멸"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7개 여성단체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성폭력 사건의 핵심 증거물을 빼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질의, 감사원 공익 감사 청구 등을 통해 서울시가 박 전 시장 휴대폰을 포렌식 조사해 성폭력 증거를 확보할 것을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휴대폰 반환을 요청하고 지난 5일, 휴대폰 명의를 변경해 유가족에게 건네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경찰에 휴대폰 반환을 요청해 명의 변경한 뒤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이 모두 일주일 안에 '속전속결'로 일어난 셈이다.
특히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단이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폰 포렌식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담당 검사도 해당 휴대폰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해당 휴대폰 속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비밀스럽게 유가족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스마트폰은 개인에게 귀속되는 물품이며 서울시가 기기값을 지원하는 형식"이라면서 "모든 직원이 퇴직할 때 단말기 가격을 완납하고 본인 명의로 이전해 가져간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건 살아있을 때 은퇴한 경우에 해당하며 박 전 시장의 경우 서울시가 휴대폰 비용만 낸 것이 아니라 기기 자체를 구매해 요금을 내 왔다"면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에 의한 지방자치단체 소관 물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휴대폰은 박 전 시장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에 사용된 것으로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열쇠"라며 "처음부터 포렌식에 반대한 유가족에게 증거물을 넘긴 건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에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폰의 명의를 유가족으로 변경한 근거와 절차, 기안자와 결재자 등을 감사해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이를 지시하거나 묵인했는지에 대해 공익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14일)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또 다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피해자의 의무기록과 상담일지를 살펴본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는 성폭력 범죄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박 전 시장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해 7월8일 임순영 전 서울시장 젠더특보 등에게 "휴대폰에 담긴 메시지를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7월9일 임 전 특보에게 "이 파고는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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