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식생활 속의 일본어, 이렇게 바꿔요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미싱이라는 말은 영어 머신(sewing machine)에서 유래됐다. 이번에는 식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일본어를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의 식생활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짬뽕(ちゃんぽん )일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짬뽕을 ‘초마면’으로 부르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짬뽕’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식생활에서 흔히 쓰고 있는 일본식 한자어를 살펴보고 적당한 우리말을 찾아보기로 한다.

요지 → 이쑤시개

식사 후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요지’일 것이다. 필자 세대는 거의 요지라고 해 왔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이 이쑤시개인 줄 알았다. 일본어인 줄 안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국어순화운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이쑤시개’로 바꿨는데, 참으로 적절한 표기라고 하겠다. 우선 요지라는 단어는 불가에서 시작되었다. 절에서는 버드나무 가지를 망치 따위로 두들겨서 그 끝으로 이를 깨끗하게 했던 것이 기록에 남아 있다. 그래서 버드나무 가지(楊枝)라는 글자를 그대로 사용해 왔는데, 이것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요지’라고 한다. 사실 사람들 중에 ‘이쑤시개’라고 하면 조금 상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화적인 사대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우라말이기 때문에 상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늙은이’보다는 ‘노인’이, ‘계집’보다는 ‘여자’가 더 높아 보이는 것과 같다. 순우리말이라고 해서 상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치아’를 사용하는 것이 완곡어법이라고 하지만 ‘이쑤시개’같은 종류의 단어는 굳이 완곡어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싫다면 차라리 ‘깔끔이’라고 하면 어떨까?

스시(寿司) → 초밥

일본 음식의 별미는 초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를 걷다 보면 한자로 寿司라고 쓴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는 대중화되어 모두가 초밥집인 줄 알지만 과거에는 횟집이나 일식집으로 착각할 한 경우가 많다. ‘스시’는 초밥만을 말한다. ‘물기가 조금 적게 지은 밥에 식초, 설탕, 소금 등을 넣고 한 줌 쥐고, 그 위에 다양한 종류(김, 생선, 유부 따위)의 것들올려 만드는 요리’를 ‘스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초밥(醋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식초와 단맛이 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시미(刺身) → 膾

‘사시미’는 사전을 찾아보면 ‘생선회의 비표준어’라고 나타나 있다. 이 또한 온 국민이 쓰는 말이면서 사전에 등재되지 못한 일본어이다. 한때 ‘사시미’라면 ‘회칼’을 연상할 정도로 깡패들의 전문용어이기도 했다. 뭔가 날이 잘 서 있는 칼을 연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생선회를 일컫는 말이다. 글자로는 육달월(月=肉) 변에 쓰기 때문에 육지에서 나는 동물들의 육회를 연상할지도 모르는데, 실제로 앞에 접두사를 붙이지 않고 그냥 회라고 하면 ‘생선회’를 지칭한다. 육회(肉膾)는 앞에 ‘고기肉’이라는 글자 들어가서 뭍의 고기임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회’라고 할 때는 생선회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사시미(刺身)’라고 하지만 우리말로 ‘회’라고 지칭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열을 가해서 익힌 것은 숙회(熟鱠, 膾)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짬뽕(ちゃんぽん )’이나 ‘사시미’는 아직 표준어로 등재되지 못한 단어들이다. 사시미는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회’라는 것이 있지만, ‘짬뽕’은 아직 ‘초마면’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면이 많다. 인천의 중국인 거리에 가서 ‘하얀 초마면’을 시키면 뭔가 짬뽕과는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짬뽕’에 대해서는 다른 용어로 대체하든지, 아니면 ‘서울에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니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