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 내 두번 탄핵 당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 뒤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내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13일 하원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측근들에게 줄리아니의 소송 비용을 지불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하원은 의회 폭동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의원 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에 찬성하면서 초당적인 차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트럼프는 지난 2019년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하원에서 탄핵 당했다.
줄리아니는 지난해 11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의 선거 불복 소송 책임자를 맡아왔다. 트럼프 측은 연방대법원, 주 법원 등을 상대로 수십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거의 다 패소하거나 기각됐다.
줄리아니는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건이 발생하기 전 백악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도미니언 개표기'의 문제를 언급하며 여전히 선거 부정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대선 출마를 계기로 정치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트럼프와 줄리아니의 '끝'이 결국 트럼프가 줄리아니를 버리는 것으로 끝나게 된 것에 대해 CNN은 "줄리아니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결국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했던 모든 사람들을 어떻게 내쫓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TV 쇼'(<어프렌티스>)를 통해 자신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킨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처럼,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측근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중용했다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담이 되면 내쳤다.
심지어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패한 뒤 자신의 충복이었으나 막판에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월리엄 바 법무장관을 해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일었을 때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인을 동원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바 전 장관은 대선 패배 후 줄리아니 등 비선 참모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에 기댄 선거 부정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쳐졌다.
줄리아니 이전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이런 트럼프의 숨겨진 비화를 폭로하는 <불충한, 회고록>이라는 책을 작년 9월 내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가이던 시절부터 온갖 귀찮고 지저분한 일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집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해오다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버림 받았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의회 폭동을 일으킨 자신의 지지자들도 두번째 탄핵을 당할 위기에 몰리자 "폭력배"라고 맹비난하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그는 13일 탄핵안 통과 직후에 올린 영상에서도 "폭도들의 폭력은 내가 믿고 우리 운동이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한다"며 "진정한 나의 지지자는 정치적 폭력을 지지할 수 없다"고 의회에 무장 난입했던 이들을 비난했다.
CNN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시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재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미국의 시장"이라고 불리며 칭송 받던 줄리아니의 정치 인생의 결말이 트럼프에게조차 '팽' 당하면서 끝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제 줄리아니는 머리 염색약이 땀과 함께 흘러내리는 동안 거친 음모론의 내뱉는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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