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약 한 달 만에 또 다시 남한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의 8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김 부부장의 당 내 직책이 강등되면서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대남 담화를 통해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지금 우리 수도에서는 당 제8차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곧 대회사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여러 행사들도 예견되여 있다"며 "해괴한 것은 남조선(남한)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구상에는 200여 개의 나라가 있다지만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품고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수도에서 그 누구를 겨냥하여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들고 남의 집안동정을 살피느라 노고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머저리들"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남한 당국을 비난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 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공식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지난해 12월 담화까지만 해도 '제1부부장'이라는 직함으로 담화를 발표했던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제1'이 빠진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담화를 내보냈다. 8차 당 대회 계기 인사에서 정치국 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김 부부장이 당 내 공식 서열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김 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이라는 점, 또 김 위원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당내 직책이 강등됐다고 해서 곧바로 그의 역할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부부장이 이날 본인의 명의로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것을 보더라도 대외적인 부문은 여전히 그가 총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김 부부장에 대한 당내 직책 변화는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대외적 부문에서 역할을 해왔던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강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당 대회에서 김영철 전 대남담당 부위원장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또 김 부부장이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밀렸다가 지난해 4월 복귀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자력 갱생을 강조하고 기존 대외 업무를 맡았던 인사들을 강등시키면서 당 안에 대남담당 및 국제 담당 비서 직책을 두지 않는 등의 변화를 꾀한 것은 향후 미국과 관계 개선 등에 힘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김 부부장의 당내 지위도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8차 당 대회 계기 열병식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1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당 중앙위원회는 당과 정부, 군부에서 오랜 기간 사업하여온 일꾼들과 공로자들을 당 제8차 대회 기념행사에 특별손님으로 초대했다"고 밝혀 이 행사가 열병식이고, 조만간 실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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