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멕시코와의 '국경장벽'을 만든 텍사스 알라모를 방문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해 경찰1명을 포함해 총 5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 뒤 두문불출하면 그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경 장벽'을 방문해 정치적 업적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텍사스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 지역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날 텍사스 방문길에 오르면서 의회 폭동 사태, 자신에 대한 해임 내지는 탄핵 요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과나 반성은 전혀 없이 다른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트럼프를 확인시켜줬다. 그는 특히 의회에 난입한 자신의 지지자들도 가차 없이 비난하면서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필요할 때 쓰다가 문제가 되면 버리는 트럼프식 '용인술'은 지지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백악관이 이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는 텍사스 국경지대 연설에서 자신의 해임 압박과 관련해 "수정헌법 25조는 내게 '제로 리스크'"라면서 "돌아와 조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를 괴롭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찬성으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의회에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펜스는 11일 트럼프와 회동을 갖고 "임기를 함께 마치기로 합의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탄핵과 관련해 "우리 국가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엄청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분노와 분열,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 발언은 완전히 적절해...의회에 모여든 폭력배"...지지자들에게 책임 전가
그는 지난 6일 있었던 의회 폭동에 대해서는 "시민 수백만명이 의회에 모여드는 폭력배들을 지켜봤다"며 "우리 행정부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파괴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를 믿고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시위대를 "폭력배"라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정부'와 배치되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며 "의회로 가라"는 트럼프의 연설을 듣고 의회로 난입해 바이든이 승리한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앞서 트럼프는 텍사스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회 폭동을 당일 백악관 앞 연설 등을 통해 자신이 선동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나의 말은 완전히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 난입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지난해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격화된 인종차별 항의시위대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유했다. 평소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를 "좌파", "사회주의자"라며 매우 혐오해왔다는 점을 볼때, 트럼프 때문에 의회에 난입했던 지지자들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1일 의회 폭동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펜스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을 경우 13일 하원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CNN 보도에 따르면, 개인 성명을 내고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와이오밍) 외에 최소 10명에서 많으면 25명의 공화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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