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당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식 '시스템 정치'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의 당 규약 개정 보도를 보면 노동당의 역할 강화와 조직·운영 효율화가 종전보다 뚜렷해졌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당 규약에서 지난 시기의 낡은 것, 남의 것을 기계적으로 답습해 현실과 맞지 않았던 문제들을 혁명 발전의 요구와 주체적 당건설원리에 맞게 바로잡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선 당이 군을 이끄는 상위조직이라는 점이 수정·보충됐다.
개정 당규약에서 제6장 '조선인민군 안의 당 조직' 조항에 "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성격을 명백히 규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존 당규약에서는 "인민군은(…) 김정은 동지께서 이끄시는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정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김정은 당 위원장 개인이 아닌 당이 군을 이끈다는 의미가 강해진 셈이다.
같은 조항에 "인민군대 안의 각급 당 조직들의 임무를 구체화"했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군부의 세력이 강성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당 중심으로 회귀하며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왔는데 관련 내용을 규약에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을 강화하고 각종 회의를 자주, 정기적으로 열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놨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들을 결정하도록 했고, 국가 중요 간부 임면 문제도 다루도록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하면 상무위원이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도록 해, 향후 정치국 회의가 한층 더 활발하게 개최될 여지도 열어놨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래 정치국 회의를 총 31번 열었고, 특히 지난해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총 11차례 개최한 바 있다.
또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안건에 따라 회의 성립 요건 미달 인원만으로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해 '긴박한 군사적 문제'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에 흩어져있는 군단장과 각 병종 책임자 등을 모두 집합하지 않고 핵심 인사 수명만 모여 중요 사안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한 셈이다.
통일연구원은 이에 대해 "핵무력 증강에 따라 전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 체계를 보강하는 의미"라면서 "핵 통제 및 결정에서 신속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이 안보 전반의 문제를 수시로 개최하는 신속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또 2011년 삭제했던 당대회 개최 주기(5년) 조항을 이번에 되살렸다.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 당 대회가 5년 주기 규약을 무시한 채 열리지 않은 점을 의식해 삭제했으나 8차 당 대회를 계기로 못 박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전원회의에서도 앞으로 당 대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세포비서대회와 초급당비서대회를 5년마다 소집한다고도 적시한 것도 당대회 노선과 결정 실행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이런 조치는 한 명의 최고지도자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는 사회주의 정상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 여타 사회주의 국가처럼 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체계를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당원과 당 조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기강을 다잡으려는 기조도 엿보인다.
후보당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3년간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명토록 했다. 당 조직은 사업을 무책임하게 할 경우 경고·엄중경고·사업정지 징계를 내리기로 규정했다.
이외에도 현실에 맞지 않은 내용은 대거 수정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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