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이곳에서 더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쫓겨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새해벽두. 이제는 해고자가 된 LG트윈타워 9년차 청소노동자 전갑순 씨는 자신이 일하던 건물 앞에서 하염없이 울며 위와 같은 말을 목 놓아 외쳤다.
지난 31일 LG그룹이 용역업체 변경을 통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 집단해고를 단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새해 첫날부터 이를 철회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1일 LG트윈타워 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선언문을 통해 “끝끝내 LG가 우리를 일터에서 쫓아냈다”며 “이 겨울에 여기서 쫓겨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대한 빌딩(LG트윈타워) 앞에 선 우리 청소노동자들이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끝끝내 고용승계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100% 출자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페레이션(에스앤아이)과 LG트윈타워 청소 용역 계약을 맺은 지수아이앤씨(지수)에 고용되어 있다. 지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 씨와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 전원은 작년 11월 30일 지수로부터 '12월 30일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에스앤아이와 지수의 청소용역 계약이 종료된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근 10년간 청소용역계약을 맺어왔다.
에스앤아이는 '고객사(LG트윈타워에 입주한 LG 계열사를 뜻함)의 불만족'이 계약만료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두 회사의 갑작스러운 계약종료의 배경에 지난해 3월 노동조합 결성이 있다고 본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결성 전 LG트윈타워에는 근무시간 꺾기, 관리자 갑질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뒤에야 멈췄다.
기자회견에서 전 씨는 "관리자가 갑질을 너무 하고 수당을 갈취하고 그래서 억울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 노조에 들었는데 그 이유로 우리를 다 내쫓으려 한다"며 "이 엄동설한에 내쫓으면 우리는 어디 가서 살란 말인가.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
임기 시작 첫 일정으로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또다시 집단해고를 당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만 되면,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만 되면 불안에 떨고 회사에 찍힐까 두려워 노조에도 가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2021년 새해에는 더 이상 이런 세상에 살지 말자"며 "그러기 위해 이곳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고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LG그룹을 상대로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지난달 16일부터 17일째 농성하고 있다.
LG그룹 측은 이날 농성장 점심식사 반입을 막았다. 오후 3시부터는 전기도 끊었다. 현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LG트윈타워분회는 입장문에서 "LG가 가장 치졸한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짓밟아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며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반드시 고용승계를 이뤄낼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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