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체육고등학교 유도부 여학생이 훈련 도중 심각한 부상을 당했으나 학교측의 외면으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못받아 결국 선수생활을 접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학생은 용인대학교 총장기 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한 유망주였으나 부상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활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31일 <프레시안> 취재결과 A학생은 지난 2017년 용인대학교 총장기 전국 남·여 중고등학교 유도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이듬해인 2018년 부산체고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훈련 도중 입은 2번의 부상으로 인해 양쪽 무릎에 심각한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프레시안>과 만난 A학생은 "학교(부산체고)의 요구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그해 2월 훈련 과정에서 옆에서 시합 중이던 선수의 몸이 날아와 저의 왼쪽 무릎을 가격하면서 인대가 파열됐다"고 말했다.
이 부상으로 A학생은 병원으로부터 6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운동을 쉬는 것에 대해 눈치를 주는 학교의 상황으로 인해 3개월 만에 다시 훈련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부족한 재활 기간으로 왼쪽 무릎은 수시로 부상을 입었고 '하루 운동, 하루 병원 치료'의 생활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 2018년 11월 28일 A학생은 또 부상을 당했다.
유도부 코치의 지시로 훈련을 받던 중 남자 선배가 A학생에게 연습을 하자고 요구했고 A학생은또 다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계속 거절했지만 남자 선배의 손에 이끌려 결국 연습 시합을 하게 됐다.
A학생은 "남자 선배가 허리채기 기술을 저에게 걸었고 저는 다리가 붕 뜨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바닥에 부딪힌 오른쪽 발목 안쪽부터 꺾이면서 무릎이 안으로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며 "그때 무릎에서 뚜두둑하는 소리와 동시에 통증이 왔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남자 선배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코치는 첫 번째 부상으로 1년 동안 시합에 못 나갔으니 유급하라는 이야기까지 했다"며 "지도하던 코치도 남자선배도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아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서 MRI 검사 결과 '우측 무릎 내측측부인대의 파열' 진단을 받아 무릎 수술에 이어 3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 코치, 남자선배 그 누구도 연락조차 없다.
왼쪽 무릎에 이어 오른쪽 무릎까지 다친 A학생은 결국 선수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A학생은 그해 12월 퇴원 뒤 학교에 찾아가 일반학교로 전학의사를 밝히고 부상에 대한 보험청구를 상의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너의 개인 실비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며 학교에 보험청구하는 것에 대해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A학생은 설명했다. 학교 보건실에서도 "왜 이제서야 보험청구를 하려느냐"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학생은 "당시 보건실 선생님은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부상을 당했을 당시에 있었던 유도부 코치는 지난 2019년초 부산시교육청 운동부 특정감사에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기에 다른 후속조치도 없었다. 당시 A학생을 지도하던 코치는 학생 폭행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총 600만 원의 벌금을 받기도 했다.
<프레시안>의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는 지난 29일 A학생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면서 "보상금을 받으려면 빨리 서류를 내라"고 재촉했다.
김창민 부산체고 교장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잡고 학생에게는 피해가 더 이상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당시 유도부 코치에게도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안전사고로 인해 다친 학생에게는 치료비는 물론 재활 장해 간병비까지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규태 변호사(법무법인 선인)는 "코치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 민법 제755조 2항 등에 의해 인정되는 법률에 따라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A학생에게는 조치할 수 있는 사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은 부산학부모연대 대표는 "체고는 일반학교보다 부상에 대해 더 시스템적으로 잘 되어 있어야 하고 보험처리도 발 빠르게 처리돼야 한다"며 "부상당한 체육 유망주들이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학교가 2년 동안 방치하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연락한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연히 교장의 책임이 크다. 교육청에서는 곧바로 감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A학생은 왼쪽 무릎 부상이 재발하면서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담당 의사는 "연골 조각이 오래된 것이 있어서 제거를 했고 1.5cm가량의 연골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재활을 통해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놔야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연골이 약해졌기에 나이가 들었을 경우에는 무릎에 관절염이 생길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어느덧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A학생의 가족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2월 31일 부산시교육청에 정식 진정서를 제출했다.
A학생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그동안의 치료 비용인 700만 원 상당도 지불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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