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용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법학 사회복지학 박사 논설위원-
이제 종이 위에 '2020년'이라고 적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1년의 첫 해가 떠올라도 그 해가 오늘과 다른 해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정한 시간의 한 토막이 끝나는 것이기에 잠시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본다.
경제가 위기라고들 아우성이지만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대안을 가지고 하는 논쟁은 잘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은 오로지 선거에 대비해 진영 싸움에만 몰두해 있으니, "소는 정말 누가 키우나?" 싶은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요즈음이다.
새해가 다가오는데도 코로나19속의 불안과 긴장, 여·야간의 정쟁의 큰 전운(戰雲)이 닥쳐오는 불안감을 준다. 삼국지에서 추위가 닥친 그해 동짓달 이맘때쯤, 장강(長江)을 붉게 물들이고 천하대세를 갈랐던 적벽대전(赤壁大戰)의 스산하고 팽팽한 기운이 세밑을 압도한다. 화공전(火攻戰)의 승부수가 된 동남풍은 누가 불러낼 수 있을까? 제발 제갈공명 같은 현자(賢者)가 나타나 국민화합이라는 여론으로 바람의 시간과 방향을 지배하길 바란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문(自問)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가, 정말 모두가 함께 소망하는 길인가를 되물어야 한다. 이념보다 민생이 먼저다. 집값폭등과 전세난, 세금폭탄, 코로나 재창궐…. 사는게 너무 힘들기에 한마디라도 내지 않으면 죽을 지경이다.
혼돈(chaos)의 시기에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정했다는데 저자는 이미 2개월 전 제민포럼(본지10월 26일자)에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적은 바가 있다. 무슨 일이든 난 바르고 남은 바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내로남불(내←romance남不)이 유사한 의미로 비속어로 유행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김포시 쓰레기 더미 집안에 방치돼 신음 중인 장애아들이 발견되는 슬픈 사연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에 "소에게 무엇을 먹일까 하는 토론을 하다가 소를 굶겨 죽었습니다. 백번의 이론보다, 천번의 웅변보다, 만번의 회의보다 풀 한짐 베어다가 쇠죽을 쑤어준 사람이 누구 입니까? 그 사람이 일꾼입니다"라는 글을 기억하여 본다. 매일매일 여론조사로 확인되는 대한민국의 갈등지수를 해소하고 이웃에 고통을 덜어주는 곳에서 진정으로 봉사하며 소띠 해인 신축년(辛丑年)의 소를 키우는 일에 힘을 모으는 진정한 일꾼을 찾고 싶다.
즐겁고 좋은 일은 '플러스'고 어렵고 힘든 일은 '마이너스'로 보면 끝에 가서 인생의 합은 '0'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힘든 일을 겪을 때는 좋은 일도 그만큼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견디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커져가는 불안, 우울, 외로움…. 이 중증을 치유해줄 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2021년의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2020년 이었기에 새해엔 역동적 변화를 열망한다. 마이너스로 1년을 보냈으니 분명 좋은 일이 가득한 플러스 1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고쳐서 다시 주워 담아야 할 것이 있다면 쉽게 잊었던 세상과 나 자신과의 약속, 체념과 타성 속의 자족이다. 내려놓아야 할 것도 있다. 스스로 키운 세상을 향한 원망, 혼자만 외롭고 힘들다고 여겼던 기억, 필요한 만큼 보다 무거워진 것들이다.
하지만 다 내려놓더라도 희망 하나만은 내려놓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면 또 다른 내일은 희망찬 한해이기를 소망한다.
이제 "2020 땡!' '2021 큐(cue)!"를 힘껏 외쳐보자!
<출처=제민일보 '20년 12월 28일 제민포럼 신축년(辛丑年), 소는 누가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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