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매일 6명 이상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여섯 가족 이상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처럼 아파할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조바심에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사람들을 살려 달라고 밥을 굶은 지 오늘로 17일 째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법 통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는 거 같습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연내 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김용균과 용균이 엄마, 제2의 이한빛과 한빛이 아빠는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약속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입법 약속만 수차례지만 국민의힘은 24일 법사위 소위 심의에 불참했고 29일 참여도 불참했다"며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기업 눈치만 보면서 핑계 찾기에만 골몰하는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가 한 입법 약속만 10차례가 넘고 정책의총까지 마쳤으나 법사위 상임위나 본회의 일정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야당 핑계만 대고 있다"며 "공수처법 등 여러 법들을 여당 단독으로 심의하고 통과시키던 기세는 어디갔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탁상공론의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산재사망 재난참사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절체절명의 무한한 책임으로 즉각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어제도 오늘도 동료가 죽어나간 일터에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개선대책도 없이 노동자를 밀어넣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국회가 먼저 나서서 사람들의 죽음을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야당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해달라"면서 "사람 생명 살리는 법이야 말로 어떤 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계는 반대만 하지 말고 사람 살리는 법에 함께 해 달라"며 "일하러 나갔던 사람이 죽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도 "자식을 잃는 순간 유가족의 삶은 멈춰버린다"며 "생명과 기업의 이윤 사이에 중립은 없다. 헌데 어찌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재계의 눈치만 보고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을 방치하고만 있는가"라며 울먹였다.
김 이사장과 이 이사장 등 유족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11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중소기업벤처부 등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은 당정청 협의가 국회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피해 노동자가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할 책임을 덜어낸 '인과관계 추정' 원칙 등이 쟁점이 돼 있고 재계의 입법 중단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 속도를 붙여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한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산재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운동계 인사들이 동조단식에 나선다. 28일에는 고(故) 김재순 씨의 아버지, 고(故) 김동준 씨의 어머니, 고(故) 김태규 씨의 누나 등이 단식농성에 참여한다. 고 김재순 씨는 지적장애인으로 재활용업체에서 일하다 지난 5월 파쇄기에 끼여 숨졌다. 고 김동준 씨는 19살이던 2013년 CJ제일제당에서 현장실습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김태규 씨는 25살이었던 지난해 4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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