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공수처 추천위원에 "출범 동의하면 역사의 죄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추천위원들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에게 편지를 보내 "이 정권의 묻지마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 준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편지에서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인 공수처라면 별도로 만들 이유가 없어진다"며 "산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천위가 '새해 벽두에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표를 따라야 할 이유가 있나. 서둘러서는 안 된다"라며 "추천위에 새로 후보들을 추천하고, 하나하나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후보는 없는지 정성껏 찾아보고 당사자가 거절한다면 함께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 추천위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데 대해선 "애초에 공수처장을 사실상 야당이 추천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법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돼야 살아 있는 권력도 견제하고 검찰도 견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와 관련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선 "사법부가 두 번에 걸쳐 문 대통령의 잘못된 '검찰 무력화' '윤석열 쫓아내기'를 저지했다"며 "국회에서 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 마시라. 대통령이 자기사람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한다면, 이번에는 국민이 대통령을 저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편지는 밀봉된 친전 형태로 야당 측 후보추천위원을 포함해 추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들에게 전달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에게는 국민의힘에서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해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의 호소에도 후보추천위원회는 28일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추천위 회의를 통해 공수처장 후보자가 의결되면, 바로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 의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