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이 진단 도구에 결함이 있어 진단용으로 쓸 수 없고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비현실적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음에도 정치인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잇달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속 코로나 검사를 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를 톺아보고 더는 이런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신속항원검사와 이를 활용한 전 국민 검사는 코로나19 겨울 대유행이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11월 25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뉴스통신사인 <뉴스1>이 주최한 '글로벌 바이오포럼 2020' 기조발표에서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확진자가 전 국민의 0.2~0.3%인데 전 국민 진단검사를 통해 찾아내 항체치료제를 조기에 투여한다면 2021년 봄이 오기 전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 전 국민이 진단검사를 받으려면 약사법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항원검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면서 신속항원검사가 물위로 떠올랐다.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신속진단키트를 이용한 자가 검사 방안을 협의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전 국민 코로나 검사 주장에 길을 텄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염태영 수원시장 겸 최고위원이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천 혹은 수만 명 이상의 무증상 감염자가 존재할 수 있다. 비상시국에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전 국민 신속 검사’가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하면서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전 국민 신속 검사가 케이방역의 신종 무기 내지는 우리 사회 감염 확산을 막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인 것처럼 국민에게 비쳤다.
방역 당국 ‘허무맹랑’ 평가에도 정치인들 ‘전 국민 신속 검사’ 주장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인도 가세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역학추적조사팀을 보강하고 강화해도 폭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어서 기존의 역학추적조사를 통한 방역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숨어있는 확진자를 찾아내는 적극적이고도 선제적인 조치로 방역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구청장은 또 “서초구는 내년 2월까지 43만 명 전 주민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현재 하루 2천명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하루 7천명까지 확대하는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서초구의 이번 코로나19 전수조사가 전 국민 신속검사 실시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검사와 진단 인력과 장비 역량 등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과연 과학적 방역에 부합하는 것일까? 그리고 현실에서 이것이 가능하며 또 정말 확실한 방역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주장을 정치인들은 하는 것일까?
대통령에서부터 당 대표, 최고위원, 자치단체장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신속항원검사와 이를 활용한 전 국민 신속 검사 주장이 제기되자 이 분야 전문가이자 책임기관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들이 신속항원검사로 전 국민 신속 검사를 하자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 검사 1~2주일 내 마치지 못하면 효과 거의 없어
방역 전문가들과 검사진단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가 △정확도가 떨어져 감염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 높은 점 △최종 감염 확진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유전자증폭검사(PCR)를 해야 하는 단점 △전 국민 신속 검사는 1~2주일 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5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1년 넘게 걸려 애초부터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전 국민 검사 주장이 우리 사회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자 언론도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거나 이들을 방송 패널로 등장시켜 이런 주장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따지는 보도를 하거나 팩트체크를 했다. 그리고 터무니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왜 정치인들은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전 국민 검사 주장을 거두어들이거나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시인하지 않는 걸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언론도 제대로 짚지 못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표면적 이유 말고 그 배경에는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정치인 이름 알리기, 관련 주가 띄우기 의심해야
첫째, 코로나 방역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존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와 국민(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나중에 자신의 주장이 비합리적이라는 반박이 나오더라도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크게 다루어주는 것만으로도 관심끌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지역구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도구(키트)를 만들어내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있어 이 기업과 여러 가지 인연으로 연계되어 있는 정치인이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전 국민 검사 주장을 하는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 경우에 속한다.
염 시장은 우리나라에 견줘 자그마한 국가인 슬로바키아 사례를 들며 신속항원검사 도구를 활용한 전 국민 검사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사례 꼽기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는 배경으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진단도구를 만들고 있거나 만들어 곧 시장에 내놓으려는 신속진단도구 제조기업들이 국내에 여럿 있는데 이들이 정치권 또는 청와대·정부에 줄을 대 신속항원검사 진단 도구를 띄움으로써 주식과 공모주 청약 등에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주가 과대평가-매출액 대비 시가총액 삼성전자 2.5배, 셀트리온은 80배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은 매출과 영업 이익 등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식 가치가 매우 심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0조 원과 27조 원이며 주식 시가총액(2020년 12월)은 524조 원이다. 매출액 대비 2.5배가량이다. 반면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1조 원(2019년)도 되지 않음에도 주식 시가총액은 무려 80조원으로 매출액 대비 8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바이오기업들은 주가 띄우기를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서정진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대표 등이 신속항원검사 또는 전 국민 검사 주장과 발언을 할 때마다 관련 기업 주식이 급등하는 등 주식 시장이 요동을 쳤다. ‘신속항원검사 관련주’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어로 넣어보면 뉴스, 블로그, 카페 등에서 많은 글과 함께 관련 회사 이름들이 이른바 테마주로 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치인 등의 신중한 발언이 필요하다.
전 국민 신속 검사 발언이나 주장을 그 누가 하든 언론과 방역당국, 전문가들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거나 아니면 언론이 더는 이런 발언을 다루어주지 않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전 국민 검사가 쟁점이나 화두가 되는 것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전략이다. 또 서초구처럼 특정 지역의 구성원 전원 검사라는 발상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실제로 자원과 역량을 쏟아 부은 만큼 효과가 있는 것인지, 헛심만 쓰고 있는 것인지 비판과 추적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은 전 국민 신속 코로나 검사 운운할 때가 아닐 뿐더러 얻을 게 거의 없는 주장이다. 그보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코로나 유행을 멈추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을 명심할 때이다. 전 국민 검사에 쏟아 부을 막대한 인력과 돈이 있다면 이를 백신 확보와 접종에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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