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도 갑자기 쓰려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며칠’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몇 일’이라고 쓰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며칠’이 맞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이 문장을 읽을 때 [며둴 며칠]이라고 발음한다. 단어의 의미로는 똑같이 ‘몇’이라는 글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몇 월’과 ‘며칠’이 전혀 다르게 쓰고 있다. 우선 ‘몇 월’이라고 할 때는 띄어 쓰면서 발음도 [며 둴]이라고 한다. 어째서 앞에서는 그렇게 띄어 쓰면서 뒤의 ‘몇 일’은 붙여 쓰면서 발음도 [며칠]이라고 하고 쓰기도 ‘며칠’이라고 써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사실상 ‘몇 일’이라고 하면 발음은 [면닐]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ㄴ/첨가현상 때문에 그러하다.
이것을 하나하나 설명하면 더 어렵지만 그래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꽃잎’의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독자들은 ‘꽃잎’의 발음이 [꼰닙]이라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설명을 들으면 조금 어려울지 모르지만 끝까지 읽어 보면 이해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선 ‘꽃잎’은 [꼳입]으로 발음한다. 이것을 대표음법칙이라고 한다. ‘ㄷ, ㅅ, ㅈ, ㅊ, ㅎ’ 등의 대표음이 /ㄷ/이기 때문에 받침에서는 모두 [ㄷ]으로 발음한다. 세종대왕께서 칠종성가족용법(七終聲可足用法 : 종성(받침의 발음)은 7개로 족하다.)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 [꼳입]에 /ㄴ/첨가 현상이 일어나서 [꼳닙]으로 되었다가 다시 여기서 자음동화현상이 일어나서 [꼰닙]으로 발음된다. 우리말에서 /ㄴ/첨가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많다. 예를 들면 ‘홑이불[혿이불 ->혿니불 ->혼니불]’(외국인들은 ‘홑이불’을 발음하라고 하면 모두 [호치불]이라고 발음한다. ‘밭이’을 [바치]로 읽는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만 더 들어 보면 ‘솜이불’[솜이불->솜니불]과 같은 것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몇 일’도 [멷일]발음이 되고, 다시 여기에 /ㄴ/첨가현상이 일어나서 [멷닐]로 발음이 되었다가, 여기서 다시 자음동화현상이 일어나면 [면닐]로 발음해야 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다. 그런데 이 경우는 특이하다. ‘몇 일’이라고 쓰는 것도 아니고 붙여서 ‘며칠’이라고 쓴다. 발음도 규정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띄어쓰기도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굳어 버린 것에는 우리의 인식이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몇 월’이라고 할 때는 [며둴]이라고 발음하여 'ㅊ'의 대표음인 [ㄷ]으로 발음한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인데 '몇 일'은 붙여쓰면서 ‘며칠’이라고 쓰고 발음도 [며칠]이라고 한다.
앞에서 길게 설명한 것과 같이 원래는 '몇 일[멷일-> 멷닐 ->면닐]로 발음해야 하는데, 표준발음에서 음운론적으로 하나의 낱말로 인식한 결과이다. 그래서 표기도 ‘며칠’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대부분-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의 발음-이 그렇게 발음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은 참으로 많다. 발음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맛없다[마덥따]’라는 발음과 ‘맛있다[마싣따/마디따]’, ‘멋없다[머덥따]’와 ‘멋있다[머싣따/머디따]’와 같은 것이 모두 그렇다. 대중들이 하나의 단어로 인식해서 [며칠]로 발음하고 그렇게 쓰는 것과 서울에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마싣따](원래는 [마딛따]가 표준발음이었다.)가 표준발음의 대열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 표준어 규정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모두 다 사용하고 있는 ‘짬뽕’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표준어에 등재되지 않은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초마면‘이라고 부르기를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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