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번째 판단인 만큼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사문서위조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로 사회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고위공직자 재산 증식 투명성 회피한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미공개 정보 이용해 시장경제 질서를 흔드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사 시작과 함께 증거 인멸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5월 10일 석방된 정 교수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서 다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딸 조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관련해 "총장 직인 등을 갖다 붙이는 등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표창장 없이는 탈락 가능성이 있어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 평가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확인서 등은 모두 허위로 판단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공모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딸 조 씨의 KIST 인턴 증명서도 실제보다 부풀려 허위 내용이 기재됐으며 동양대 보조연구원 근무, 공주대와 단국대 인턴증명서도 허위로 봤다.
사모펀드 관련해서 재판부는 "이자 지급 논의나 담보 제공 계약 없이 예상 수익을 계산했다"며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 준 10억 원은 투자금"이라고 봤다. 다만 컨설팅 수수료 1억5000만 원을 공모해 횡령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공개 정보 이용한 주식 거래로 2억3000만 원 이익을 봤으며 △허위 계약서를 쓴 뒤 대여금고에 이를 보관해 범죄수익을 은닉한 점 △재산 내역 은폐를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한 점 등이 인정됐다.
다만 코링크PE 직원에게 투자 관련 자료를 인멸하게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산관리인과 함께 PC를 인출한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공동정범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 등 모두 15가지 혐의에 대해 "권력층의 부정부패 범죄"라며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으나 정 교수 측은 "표적 수사를 받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자녀들 입시를 위해 표창장과 인턴십 확인서 등을 조작(업무방해·사문서위조)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사모펀드 운용사 자금을 횡령하고 차명 금융거래를 한 혐의(업무상횡령·금융실명법 위반) △증권사 직원 김경록 씨를 시켜 관련 증거를 없앴다는 의혹(증거은닉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다.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두고 정 교수 측과 검찰 측이 법정에서 시연까지 펼치며 공방을 벌인 끝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쟁점은 총장직인 파일 등 핵심 증거가 발견된 동양대 PC의 증거 인정 여부였다. 정 교수 측은 표창장 위조 혐의를 부인하며 나아가 검찰이 PC를 위법하게 수집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출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주장한 정 교수 딸 조 씨의 논문 저자 등재나 인턴 경력 등도 허위인지, 또 허위라면 형사적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정 교수 측은 "다소 과장이 있었더라도 죄가 될 만한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공직자 윤리 규정을 피하려고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차명으로 투자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1억5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정 교수 측은 "가족이나 지인 간에 오간 돈은 모두 정상적으로 빌려준 돈이고 불법 차명 투자나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정 교수를 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씨와 정 교수 사이의 거래를 투자가 아닌 대여로 봤고, 금융위에 펀드 투자 약정액을 부풀려 보고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를 시켜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를 숨기거나 코링크PE 직원에게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인멸하게 한 혐의도 있다. 증거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조 씨의 1심에서도 사모펀드 증거인멸 부분은 정 교수와 공모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정 교수 측은 "자기 재판 증거를 없앤 건 죄가 안 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특권층의 반칙이자 신종 정경유착"으로 규정하며 정 교수에게 징역 7년과 벌금 9억 원, 추징금 1억6400여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우리 사회의 공정의 가치를 침해한 정 교수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형사재판에서 평등의 원칙은 사회 고위층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재판 내내 "조 전 장관 낙마를 위한 표적 수사"였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정 교수 측은 "가족이 비판 없이 혜택을 누렸던 건 반성하지만 검찰의 표적·과잉수사로 부풀려진 사건"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최후진술에서 "학자였던 배우자가 공직자가 된 뒤에 (그에게) 누가 되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친정·시댁 등 온 가족이 수사 대상이 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파렴치한으로 전락했다"며 "검찰이 저에게 첩첩이 덧씌운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기소된 뒤 1년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전국 법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3주 동안 휴정 권고가 내려졌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예정대로 선고를 진행했다.
이번 판결은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해 공범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