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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극복, 독일 정부에게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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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극복, 독일 정부에게서 배우자

[박병일의 Flash Talk]

오늘날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위기 사태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바 심지어 의학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전염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물며 전통시대에는 이 같은 역병(疫病) 또는 역질(疫疾)의 유행이 더 빈번하고 두려웠을 것이라는 사실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무려 1000여 건 이상의 전염병 관련 기록이 등장한다. 1411년(태종 11년) 5월엔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동안 경외에 역병이 번져 백성들이 많이 요사(夭死)하였다"고 했고, 1422년(세종 4년) 3월엔 "서울과 지방에서 큰 역질이 돌아 죽은 사람이 매우 많았다"고 하는 등 전염병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았다.

또한 1432년(세종 14년) 4월에도 국가에 전염병이 크게 횡행하자 세종은 급하지 않은 토목공사를 중단하라고 하교함과 동시에, 감찰단을 파견해 백성들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도록 했다. 그런데 소격전(도교 주관의 제사관장 부서)을 살피던 감찰단원 중 한 명이 세종에게 나아가 아뢰기를, "소격전 소속 눈먼 여종인 복덕(福德)이 아이까지 안은 채 식량이 없어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던 세종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소격전과 한성부 북부지역(북부령) 책임자 등 관리 2명을 문책하고, 복덕에게는 쌀과 콩 각 1석(石)을 하사했다. 하지만 쌀을 다 먹은 후에 그녀가 다시 굶주릴 것을 걱정한 세종은 해당관청(소격전)의 관리로 하여금 "책임지고 복덕을 구호하라"고 명하였다. 이 일화를 통해 백성 한 명까지 성심껏 보호하고 구휼하고자 했던 당시 국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말 행정정보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피해와 이로 인한 매출 감소를 확인할 수 있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100만∼200만 원의 제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제1차 재난지원금은 전(全) 국민에게 일회성으로 보편적 지급). 그리고 연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오는 2021년 1월에 제2차 때와 유사한 규모의 지원금이 추가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총 200만∼400만 원이 지급되는 셈인데, 이 정도의 지원이 그들의 생존을 위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1월 30일 논평을 통해 "오후 9시 이후 매장의 불은 꺼진 상태로 저녁 거리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일반 카페 등은 '매출 제로'나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나마 예년에는 각종 모임과 소비로 연말 특수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로 연말 모임도 다 올 스톱되는 상황에서 연말 특수는 옛말이 되는 실정"이라고 한탄하고, 제3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배려를 당부했다. 요즘 많아야 한 테이블 정도 손님이 앉아 있는 식당을 흔히 마주치게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엄살이 아닌 절규로 느껴져 마음이 착잡하다.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우리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셧다운 조치를 취한 독일에서는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변함없이 60%를 상회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독일 정부는 직원 수가 50명 미만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자그마치 전년도 매출의 75%를 현금 보상해 줬다고 한다. 더욱이 영세기업에게는 독일재건은행을 통해 초저리 장기 정책자금을 대출해주고,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은행에서 이를 떠맡기로 했다고 한다. 더불어 임대료, 세금 등의 납입 시기를 최대한 늦춰줌으로써 코로나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에 우리도 독일 정부를 벤치마킹할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아니, 세종이 취했던 구휼정책을 차용해도 좋을 듯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찔끔 지원해서는 세금만 축낼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독일 정부처럼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해주고, 세종이 그러했듯이, 정부가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고 구호한다면, 국민들이 더 힘을 내서 이 난관을 극복하리라 여겨진다. 비록 아직 백신의 부작용이 최종 검증되지 않았고 그나마 일부 국가에서만 접종을 시작하긴 했지만, 코로나의 종식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부도, 국민도,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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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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