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오늘 하루 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한 지난 15일. 여느 해 같으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장 활기가 넘쳤던 부산 시내 번화가는 이른 오후부터 인적이 끊긴 모습이다.
1년 중 가장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되는 중구 남포동 일대. 길어진 코로나 사태로 빈 가게가 눈에 띄게 늘었고 곳곳에는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예년같으면 크리스마스 트리축제로 상당히 붐볐을 광복로 패션거리도 거리두기가 올라간 데다 추운 날씨까지 더해진 탓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 부산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일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식당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카페의 경우 전체 영업시간 동안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도록 제한된 상태다.
구 미화당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카페 업주 A 씨는 "요즘 평일 매출과 주말 매출이 거의 별반 차이 없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며 "음료를 시켜도 매장 안에 있을 수 없으니 대부분 테이크아웃을 하지만 예전보다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에 종사하는 직원 B 씨는 "사람들이 나와야 사 먹고 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 한산한 편이다"며 "인건비도 건질 수 없을 만큼 사실 많이 힘든 상황이라 포장이나 배달도 하지 않고 일찍 문을 닫기로 했다"고 전했다.
20년 동안 포장마차를 운영해오던 C 씨는 오후 9시가 되자 손님을 내보내기 바빴다. C 씨는 "구청에서 오후 9시 이후 야간영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몇십 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렇게 문을 닫는 것은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부평 족발골목에 위치한 술집으로 가보니 문을 닫아야 할 오후 9시가 가까워지자 손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쉬움에 2차를 외치던 시민들은 가게 앞을 맴돌다 결국 각자 흩어지는 모습도 연출됐다.
다른 가게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직원들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저희 9시 되면 문 닫습니다"라고 손님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이처럼 식당과 술집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평소와 달리 적막감만 돌았다. 거리도 가게도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는 점주들 모습만 보일 뿐이다.
가게 점주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든 건 물론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제한까지 오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입을 모았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D 씨는 "주변 상인들 모두가 정신적로로 매우 힘든 상황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방역조치를 강화했더라면 이 사태까지 안 왔을 것 같다"고 한탄했다.
9시 이후에는 곳곳에 문 연 가게들도 있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다. 매출이 급락하자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채 나 홀로 장사하는 사장들도 늘었다. 평일에 하루 매출이 꽤 높았다던 한 족발집 업주 E 씨는 "인건비도 너무 비싸고 가겟세는 내야 하는데 감당이 안 되니깐 직원들한테는 쉬어라고 하고 영업제한 시간 이후에는 혼자 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라 사실상 영업 금지에 해당해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진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도 대부분 셔터를 내렸고 추가로 영업이 중지된 노래방 간판들도 불이 꺼진 채 휴업 공지를 내걸었다. 이에 노래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격상으로 생계유지도 한계를 맞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 협회장은 "부산시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는 밝혔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상인들에게 격상 통보를 한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한해 최대 대목인 연말에 매출에 직격탄을 입은 상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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